폭설 이건청 말들이 떼 지어 달려오더라 진부령 넘어 미시령 넘어, 말들이 달려와 쓰러지더라 무릎을 꿇더라 엎어지더라 겨울 바다는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 손짓하는데 마루턱에서 마루턱으로 허위허위 달려온 추운 날들이 폭설 되어 흩날리는데 일망무제, 수평선 뜬 곳까지 달려온 내 말들이 흔들리는 손짓들 쪽으로 달려와 퍽, 퍽, 엎어지며 흩날려 내리는 겨울 화진포 -전문(p. 20) ---------------*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에서/ 2024. 6. 5. 펴냄 * 이건청/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실라캔스를 찾아서』『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