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아서 좋은 여름 외 1편
김해화
보냈다
그이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떠났다
그이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비우고 간 곳에 봉숭아를 심었다
채송화도 심었다
피지 않던 꽃들이 피었다
봉숭아도 채송화도 피었다
고향 떠난 뒤로 오랫동안 꿈꿔왔다
꽃밭에 비로소 비다운 비가 온다
아무도 오지 않아서 좋은 여름이다
-전문(p.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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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021 추석
명절 맞네
외제차 고급차 줄을 서서 골목길 올라가네
환하시네 푸른 하늘 햇살
대문이라도 걸어 잠그고
12퍼센트 고소득층 통장잔고 23만 원 감추고 싶지만
세든 집 대문간에 문짝이 없네
어둔 방에 숨어 있자니 마당에 봉숭아꽃이 부르네
목 마르요 목 마르당께요
냉장고 뒤져 낮 소주 한잔 마시고
마당에 나가 마른 화분 물을 주네
이놈아 이놈아
골목 위 어디서 늙은 어미 울부짖네
명절 쇠러 온 자식 회사 망해 묵었는가
회사 넘어간다고 땅문서 내놓으라 했는가
눈앞이 캄캄할 것인디 저 울음 그친 뒤에도
그래도 명절이라고
은목서 향기 녹슨 지붕 넘어오네
-전문(p.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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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학』 2024 여름(70)호 <한국시학 소시집> 에서
* 김해화/ 1984년『실천문학사』14인 신인작품집 <시여 무기여>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인부수첩』『우리들의 사랑가』『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김해화의 꽃편지』『나는 내 잔에 술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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