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문패
정솔
혈관이 막혀 중심을 잃은 후에
본인 이름으로 된 종이 문패 하나 걸었다
요양 병동 2동 201호
이곳을 친정이라 생각하라는 어머니
저 문패를 달기 위해 90평생을 사신 어머니
방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병실에서,
종이 문패에서 약 냄새가 난다고 한다
전등을 끄지 않는 방
좀처럼 닫히지 않는 문을 여닫고 살려면
60만 원을 내고
종이 문패를 달아놓은 입실 기념으로
하룻밤 자고 가라고 하신다
약 냄새를 싫어하셔서
약 냄새 안 나는 곳으로 가시려는 어머니
90평생 처음으로 본인 이름을 걸어놓자마자
자동 폐기될 종이 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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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창작』2019-가을호 <2000년대 시인/ 신작시> 에서
* 정솔/ 2015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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