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음악 분수대/ 이영옥

검지 정숙자 2024. 8. 29. 12:59

 

    음악 분수대

 

     이영옥

 

 

  여름 저녁이었고

  분수대 쇼를 볼 수 있는 시간대에

  우리는 공원에 갔다

 

  색색의 불빛과 음악에 맞춰 물이 춤췄다

  사람 틈을 비집고

  나는 물의 억센 팔에 갇힌 새를 보았다

 

  비명을 지르다가

  날개를 늘어뜨리며 새는 죽었다

 

  다족류의 물장울이 조문행렬처럼 기어 나왔다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사람은 나뿐이었다

 

  분수 쇼는 끝나고

  사람들은 2부처럼 서둘러 집으로 갔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내가 갇힌 기분이 들었다

 

  파랗게 질린 새를 외면한 채

  춤추는 물에게 열광한 죄

 

  고요를 퍼 담은 분수대 주변에는

  새의 슬픔이 탄피처럼 버려져 있을 것이다

 

  한여름 밤인데 추웠다

  축축한 발을 자꾸 만져보았다

    -전문(p.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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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징학연구소』 2024-가을(15)호 <연구소 초대시인/ 신작시>에서 

 * 이영옥/ 경북 경주 출생,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사라진 입들』『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