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완성
권이화
의자 모양으로 의자는 태어난다 의자는 목이 길고 등이 푹신하며 의자는 흰색이다
의자는 조금씩 검어지고 있다 의자는 누군가 알 수 없지만 의자는 누군가의 손에 붙잡혀 있다
조용히 밀고 당기는 손 매일같이 커다란 우주를 안고 휴일도 없이 노래를 불러
소리와 먼지를 기원처럼 모시고 여기저기 자라는 우두커니와 부드럽게 내리는 무료를 바라보기도 했다
만약 의자가 제 커다란 덩치로 지쳐 있다면 그것은 사연을 안고 무너지는 마음 넘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를 움직이는 악기 모카커피가 포레의 레퀴엠을 눈물로 되감을 때 의자는 리듬을 갖는다
우주의 두 번째 문을 여는 레퀴엠이 들리고 무표정으로 의자를 완성한다
상쾌한 손이 의자를 밀친다 의자는 방글 방을 한 바퀴 돌아 의자가 된다
누군가가 새 의자에 앉아 있다
-전문(p. 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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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년간 『미당문학』 2024-하반기(18)호 <신작시> 에서
* 권이화/ 2014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어둠을 밀면서 오래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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