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빌려주는
길상호
발판이 필요해
신과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어
대문마다 대나무를 세워놓는 무당들
가난의 중심에 앉아 점괘를 보지
당신의 등을 내주면
한 발 높이 갈 수 있는데
증명사진을 찍으려 앉았는데
찰깍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
바닥을 보는 일은 자신 없어
뭐라도 밟을 게 필요해
담을 넘어야 하는데
앞이 다 무너져 버렸어
페루에 가면
일인용 의자를 5000원에 빌릴 수 있다는데
태양과의 거리를 줄일 수 있다는데
낮이 없는 계층으로 태어났어
가계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견고한 거짓말을 하면
저 높은 곳에는 늘 꽃이 있었어
-전문(p. 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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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경계』 2024-여름(61)호 <신작시>에서
* 길상호/ 충남 논산 출생,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외, 산문집『겨울 가고 나면 고양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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