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채길우 아이는 밤새 또래들과 술을 마시다 돌아왔다. 도대체 왜 사냐, 묻지도 않고 그가 아이를 향해 손부터 들어올릴 때 더이상 아이는 그를 피하지 않는다. 언제 낳아 달라고 했어? 말문이 막혀 멈춰 있는 동안 문득 호젓하고 파란 문양 같은 표정의 아이가 그새 많이 컸다. 가마 곁에서 갓 구워진 흠집 난 것들을 부수어야 했을 때 어째서 그릇이 아니라 제 손을 치지 못했던가 유약 바른 눈동자 속에서 물레와 함께 빙글빙글 부풀어 오르다 반드럽게 뭉개져 흘러내리는 구겨진 점토만큼 맑은 것 저 파이고 금이 간 자국을 닦아주어야 할까, 망설이다가 이제 자신이 깨뜨리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그는 손을 거두고 바라다본다, 손가락 사이로 가만히 처음 마주하는 작자 미상의 작품처럼 아이가 많이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