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도마뱀/ 정숙자 아기 도마뱀 정숙자 에이쿠 너였구나 놀랬지 뭐냐 그토록 잽쌀 게 뭐람 너는 손이 귀엽구나 나하고 똑같애 다섯이야 발가락도, 그렇게 가늘어서 풀잎에만 걸려도 상처나겠다 살갗도 나하고 똑같네 등에 동그라미 무늬 작은 고리들처럼 보여 만지면 보드러울 것 같다마는 그럴 마음은 없..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2.19
참으로 주신 것/ 정숙자 참으로 주신 것 정숙자 신께서는 저에게 주셨지요. 태양보다 태양을 지닌 하늘을, 꽃보 다 꽃을 피우는 계절을, 등보다 등을 켜게 하는 시간을 더 사랑 하는 마음을 주셨지요. 그런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다 주셨겠지 만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슬픔을 주셨기에…… 신께서는 저에 게 참으..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2.18
언덕/ 정숙자 언 덕 정숙자 구름도 오고 나비도 오고 구름도 가고 나비도 가고.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2.18
고운 날/ 정숙자 고운 날 정숙자 구름 끼고 바람 부는 날 무지개 구름 단비 고운 날 내 마음 빈 줄 어떻게 알고 진종일 들어와 빛나는 그대.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1.07
사랑/ 정숙자 사 랑 정숙자 당신 안에 등불이 켜지는 걸 보았습니다 서투르게 고통스러운 듯 당신은 다가왔습니다 가장 찬란한 별을 보듯이 저는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린 그 황홀을 침묵으로 보호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득히 주소도 알 길이 없습니다. ------------- * 시집 『이 화려한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1.06
차 한 잔의 순결/ 정숙자 차 한 잔의 순결 정숙자 남과 여 그대들의 우정을 사랑으로 바꾸지 말라 무한의 서정시를 단막의 희곡으로 바꾸지 말라 만추의 바람이 외로움을 노크하거나 날리는 눈발이 그대들의 영혼을 흔들지라도 차 한 잔의 순결을 사랑의 마약으로 뒤섞지 말라 인생이란 통념처럼 짧지 않다 금강..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1.01
우리 함께/ 정숙자 우리 함께 정숙자 우리 함께 거니는 동안 마음 다정히 엮어 보아요 풀 한 포기도 아끼는 마음 개미 한 마리도 반기는 마음 그 더운 맘 보태노라면 행복이 함께 가자 부를 거래요 우리 함께 거니는 동안 온 길도 한 번쯤 돌아보아요 잃어서는 안될 무엇인가를 혹시 놓고 오진 아니했는지 지..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1.01
백조/ 정숙자 백 조 정숙자 오오! 아름다운 은빛의 새여 …… 타는 듯 뜨거운 정열 눈보라 속에 파묻은 새여 얼음 부서지는 호수만이 네 가슴에 위안이더냐 겨울로, 겨울로만 찾아 날으는 방랑의 영혼 정녕 네 마음 붉게 타느냐?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0.30
철학수업/ 정숙자 철학수업 정숙자 왜 자꾸 슬퍼지는 걸까 가슴 속 깊이 눈물만 흐르고 삶은 처음부터 외롭고 쓸쓸한 것 아니었던가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시간이 시간 위에 머물지 아니하듯 그 누구도 우리에게 머무르지 아니한다 다만 자신이 자신에게 잠시 머무를 뿐. ------------- * 시..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0.24
혼잣말/ 정숙자 혼잣말 정숙자 나는 지금 깨닫는 거야 고뇌란 혼자서 삭여야 될 일이라고 누구에게든 의지한다는 건 나약한 일이지 ‘독립’ 이 얼마나 반듯한 말인가 언제나 사람은 독립해야 돼 기쁠 때까지도…… 대상을 필요로 하는 건 사랑뿐이야 사랑이 아니면 어떤 경우라도 혼자로서 충분한 거..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