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정숙자 비 정숙자 비오는 소리는 곱기도 하지 비오는 소리는 차기도 하지 온종일 소파에 혼자 앉아서 바라보는 저 비는 굵기도 하지.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0.12
축복/ 정숙자 축 복 정숙자 제가 만일 화가라면 해바라기 그리겠어요 그 높은 줄거리 아래 어린 나팔꽃도 그리겠어요 이윽고 두 줄기 한 몸이 되어 누구도 떼어놓지 못하게 될 때 제가 만일 화가라면 신의 축복을 전하겠어요 화폭 가득 금가루 같은 수많은 꽃송이를 그리겠어요. ------------- * 시집 『이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0.03
항시 행복/ 정숙자 항시 행복 정숙자 편지 쓰는 시간은 항시 행복해 혼자여서 슬픈 날에도 편지 쓸 때엔 혼자 아니기 창 밖 잎새들 우수수 지고 마지막 귀뚜리도 가고 없는 밤 외로움에 지지 않으려 스스로 마음을 추스리면서 편지 쓰는 시간은 항시 행복해 바람 심하여서 슬픈 날에도 편지 쓸 때엔 혼자 아..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0.01
묵도/ 정숙자 묵 도 정숙자 신이여 우리가 우리를 갈라놓지 않게 해주셔요 우리가 작별을 만들기 전에 당신께서 만들어 주셔요 당신 뜻으로 나뉘는 것은 마음이 아닌 육신이지만 우리가 우리를 나누게 되면 그것은 분명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0.01
노랫말/ 정숙자 노랫말 정숙자 "아이 아파" 그 소리야 모두가.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0.01
거리/ 정숙자 거리 정숙자 쌩쌩 바람 센 거리 걸어가자 춥지만 햇빛 밝은데 비틀거릴 이유 버리자 겨울철 보행은 항상 이렇지 한 번 울면 다음부턴 또 울었다고 말해야 돼 쌩쌩 바람 센 거리 봄을 믿자.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28
악어에게/ 정숙자 악어에게 정숙자 악어야 네 집은 참말 아름답구나 꾸미고 꾸민 우리네 집보다 너의 호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곱지 않은 몸 미안스러워 신께서는 너에게 빛나는 집 주셨나보다 악어야 우리 모두는 하나의 기쁨으로 여럿의 슬픔을 덮어야만 해 네게도 슬픔이 있걸랑은 물별*의 황홀을 바..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21
순수한 행복을 찾기 위하여/ 정숙자 순수한 행복을 찾기 위하여 정숙자 저는 어느 유명한 사람보다도 소박하고 맑은 심성을 지닌 사 람을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서투른 문체라도 좋고 간혹 맞춤법 이 틀려도 좋습니다. 창가에 아름다운 햇살이 비친다든가, 귀 뚜라미 소리에 달빛이 더욱 서글퍼 보인다든가 하는, 뭐 꼭 용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18
사랑의 영상/ 정숙자 사랑의 영상 정숙자 내 손 위에 그대의 손을 내 마음 위에 그대의 맘을 내 꿈 위에 그대의 꿈을 내 삶 위에 그대의 삶을.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18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정숙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정숙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릴케의 시 쇠라의 물빛 쇼팽의 야상곡보다도 신비롭고 부드러운 편지를, 바깥엔 가을비 이어 내리고 이따금 촛불이 흔들리우며 끓고 있는 커피 혼자 소유한 고요 실내복처럼 곱고 환상..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