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밖에 줄 수 없지만/ 정숙자 침묵밖에 줄 수 없지만 정숙자 그대여 침묵밖에 줄 수 없지만 그 무언은 가장 찬란해 죽는 날까지 녹슬지 않을 영혼의 열쇠 <사랑>이기에 말없는 가운데 놓아보내는 행복의 자물쇠 <사랑>이기에 벙글지 못한 마음의 말들 새벽 우물에 별로 뜨거든 그대여 두레박 물소리마다 조금..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14
아름다운 초조/ 정숙자 아름다운 초조 정숙자 마음이 물체였다면 이미 오래 전에 우리는 그 전모를 확인했으리라 그러나 마음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촉감도 없는 것이기에 받아도 받아도 부족하고 주어도 주어도 남으며 끝없는 스토리를 연출한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미확인의 황홀한 사랑 그 아름다운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14
귀뚜라미에게/ 정숙자 귀뚜라미에게 정숙자 울도록 숙명지워졌을지라도 귀뚜라미야 너처럼만 고웁게 울 수 있 다 면 .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10
초대/ 정숙자 초 대 정숙자 사랑하는 이여 저 혼자의 가을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응접실엔 국화꽃 뜨거운 커피 푸른 하늘 잘 보이도록 유리창도 말끔히 닦겠습니다 이 가을엔 현실과 고뇌 그런 얘긴 않기로 해요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삶의 주제 사랑 말고는… 국화 옆엔 허리 긴 술잔 새로운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9.01
귀뚜라미를 조심하셔요/ 정숙자 귀뚜라미를 조심하셔요 정숙자 귀뚜라미를 조심하셔요 가을이면 저에겐 귀뚜라미가 가장 두렵습니다 흔들지 않아도 약해지는 마음인데 아아, 귀뚜라미는 얀정없이 흔들거든요 귀뚜라미에게 지는 날이면 잠도 베개를 떠나고 꿈꿀 수도 없게 됩니다 닦아도 묻어나지 않는 피가 속으로 속..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8.28
한 남자/ 정숙자 한 남자 정숙자 가을이 한 사람의 남자였다면 나는 한 사람의 여인으로서 그에게 모든 걸 바쳤을 것이다 그렇게나 맑고 높고 풍요로운 한 남자 꼭이 나에게 주려는 게 아니더라도 그가 들고 섰는 코스모스와 들국화 갈대와 억새꽃 그리고 그 투명한 잠자리들을 별처럼 공중에 띄우는 그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8.25
커피를 마시며/ 정숙자 커피를 마시며 정숙자 우리가 오늘 뜨거운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해야 하리라 희망이 유산되어 그로 인한 슬픔이 마음과 정신을 적실지라도 우리에게는 시간과 사랑이 남아 있으므로 새지 않는 집과 굶지 않을 양식 살을 감추어 줄 몇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8.24
행복의 조명/ 정숙자 행복의 조명 정숙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왁자한 명예 또는 금전이 아니다 차 한 잔에 어울리는 분위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구름 홈통을 타고 흐르는 빗물소리 현실로 이어진 욕망 버릴 수 있다면 우리는 전 생애를 행복의 앨범으로 만들 수도 있으리라 뜻밖에 마주치는 나비 풀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8.20
냇가/ 정숙자 냇 가 정숙자 언덕에 앉는다 햇빛이 눈부시다 내 원하는 건 물소리기에 이마를 괴고 눈을 감는다 철철철… 철철철… 넘쳐나는 맑은 노래에 때탄 귀를 한없이 씻어낸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8.12
마음/ 정숙자 마 음 정숙자 낮에는 구름 친구 밤에는 별이 친구.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