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 화려한 침묵』자서/ 정숙자 □ 自 序 시인이 늘상 마음 고운 건 아닙니다만 시는 시인의 심성이 가장 고와졌을 때 피는 영혼의 꽃입니다. 미움에서 사랑의 노래 가 나올 수 없고 괴로움 속에서 환희의 노래가 나올 리 없습니 다. 그러므로 시는 미의 확인이며 선의 진행입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시 한 편은 시인에..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3.01.13
봄이/ 정숙자 봄 이 정숙자 그대에게는 봄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목련이나 벚꽃처럼 만개한 봄이 아닌 멀리서 바라보며 서 있는 듯한 봄 아직은 춥지마는 그 속에 갖가지 아름다운 색채와 향기가 들어 있는, 아는 자만이 볼 수 있고 느끼는 자만이 간직하게 되는 과묵한 봄 그 마음의 봄이 ------------- * 시..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3.01.09
첫 봄/ 정숙자 첫 봄 정숙자 이 봄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병이 날 것만 같다 이 봄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슬퍼질 것만 같다 이러한 봄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영원히 없으리 봄 위에 봄이 수없이 쌓여도 다시는 오지 않으리 이같이 찬란한 나의 “첫봄”은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3.01.06
연인/ 정숙자 연 인 정숙자 낮에, 밤에도 저 달님 곁 떠나지 못하는 별.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3.01.06
거미에게/ 정숙자 거미에게 정숙자 거미야 너도 명주실을 뽑을 때 아프니? 아름다움을 낳을 때 우리는 아프단다 사랑도 시도 갓난아이도, 그러나 우리에겐 그들이 행복이지 거미야 너도 명주실을 뽑을 때 행복하니?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3.01.02
봄밤/ 정숙자 봄 밤 정숙자 봄밤은 아름다워라 씨앗들이 비비대며 깨어날 준비를 한다 -너는 무슨 색이니? -나는 노랑이야 -너는? -보라 -그럼 넌? -모르겠어, 난 처음이니까 소년들의 성장과도 같이 아프고…… 아름다운 밤 바람도 조심조심 지나가는 오오, 봄밤은 신비로워라. ------------- * 시집 『이 화..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3.01.01
편지/ 정숙자 편 지 정숙자 그리운 사람끼리 쓰는 편지엔 한 마디 말없이도 서로가 알지 줄임표 쉼표 하나 들어있어도 그것이 사랑인 줄 서로가 알지 그리운 사람끼리 받는 편지엔 한 마디 말없이도 서로가 알지 줄임표 쉼표 하나 들어있어도 그것이 진실인 줄 서로가 알지. ------------- * 시집 『이 화려..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2.27
겨울밤에는/ 정숙자 겨울밤에는 정숙자 바람 부는 겨울밤에는 정다운 이에게 이야기하자 어릴 적 즐겁고 슬펐던 일을 혼자서만 갖고 있던 비밀 얘기를 뜨거운 커피잔에 손 녹이며 토옥톡 소리내는 촛불을 보며 별똥별 떨어지는 시골 이야기 귀신 우는 방죽과 무덤 이야기 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 삶과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2.25
연인들/ 정숙자 연인들 정숙자 연인들 마음은 대낮처럼 밝으며 화로처럼 따뜻합니다 연인들 마음은 달빛처럼 고우며 공작처럼 신비롭습니다 연인들 마음은 바다처럼 깊으며 솜처럼 부드럽습니다 그러나 연인들 마음은 순식간에 비좁아지며 칼날처럼 위태로워집니다 그러나 또한 연인들 마음은 위태로..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2.24
봄날/ 정숙자 봄 날 정숙자 오늘은 냇가에 나아가 물고기들과 이야기를 하였다 애기들아 너희들은 작지만 강하구나 이런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다니 그런데 너희들은 왜 목소리가 없을까 나는 애기들에게 말해주었다 정말 예쁜 이들은 소리가 없더라고 이를테면 꽃, 별, 나비, 이슬 같은 것들을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