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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불전 미술 속 여성들_살인자 앙굴리말라의 어머니/ 유근자

검지 정숙자 2024. 8. 24. 13:58

 

    3. 살인자 앙굴리말라의 어머니

 

     유근자/ 국립 순천대학교 연구교수

 

 

  간다라 불전 미술 속 어머니 가운데 살인자 앙굴리말라의 어머니는 자식의 살인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상이다. 석가모니 당시 희대의 살인자 앙굴리말라(Anguimala)의 어릴 때 이름은 아힘사까(Ahimsaka)인데, 그가 도둑의 별자리를 타고 나서 '아무도 해치지 말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앙굴리말라의 '앙굴리'는 손가락, '말라'는 목걸이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잘라내어 목걸이를 만든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위성에는 마니발타라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5백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 가운데 앙굴리말라는 체력도 강하고 지혜도 뛰어났으며 모습도 훤칠했다. 어느 날 바라문이 집을 비운 사이 연심戀心을 품은 그의 아내는 앙굴리말라를 노골적으로 유혹했지만 거절당했다. 앙심을 품은 그녀는 앙굴리말라를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자신을 겁탈하려고 했다고 남편에게 거짓으로 고했다. 이 소식을 듣고 화가 난 바라문은 앙굴리말라를 파멸시키기로 결심했고, 백 명의 목숨을 앗아 그것으로 목걸이를 만들면 수행이 완성된다고 거짓말했다.

  앙굴리말라는 스승의 명령대로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여 99개의 손가락을 모았다. 이 소식을 접한 석가모니께서는 앙굴리말라가 살인을 저지르는 거리로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탁발을 나가셨다. 마지막 한 명의 목숨만 빼앗으면 목표가 달성될 순간, 살인자가 되었다는 아들의 소식을 접하고 거리로 나온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어머니를 죽이려는 찰나 석가모니를 만난 앙굴리말라는 잘못을 참회하고 귀의해 출가 수행자가 되었다.

  앙굴리말라의 이야기는 불교에서 퍽 유명한 에피소드로 기원정사 근처에는 그의 집터로 추정되는 건물터가 남아 있다. 간다라 불전 미술 가운데 앙굴리말라의 에피소드를 표현한 작품은 남아 있는 예가 적다. 패륜아의 모습이 가장 잘 표현된 것은 페샤와르박물관에 소장된 <그림 8>이다. 오른쪽에는 「맛지마니까야」「앙굴리말라의 경」의 내용처럼 칼을 들고 손가락으로 만든 화관花冠을 쓴 앙굴리말라가 어머니를 죽이려는 긴박한 순간이 표현되었다. 아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어머니의 모습은 가련하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아들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 상을 엿볼 수 있다.

  석가모니 앞에는 윗옷을 벗은 앙굴리말라가 석가모니를 해치려고 칼을 휘두르고 있다. 그 아래에는 잘못을 뉘우치고 석가모니께 귀의하는 앙굴리말라가 표현되었다. 화면 밖에는 참회한 앙굴리말라를 상징하는 손가락으로 만든 목걸이와 버려진 살인하는 데 사용한 칼이 놓여있다.

  살인자 앙굴리말라 에피소드에는 두 여성 이미지가 존재한다. 한 여성은 남편의 제자를 유혹하다가 실패하지 거짓말을 해 남편으로 하여금 나쁜 결정을 하도록 한 비도덕적인 여성인 반면, 또 다른 여성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여성 이미지다. 살인자 앙굴리말라 에피소드는 타락한 여성 상과 헌신적인 어머니 상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자료이다. (p. 266-268)

 

 *블로그註: <그림 8>은 본지 267쪽에서 감상 要/ 살인자 앙굴리말라의 귀의 장면 속 어머니.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페샤와르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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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사학 철학』에서/ 2024-여름(77)호 <예술_간다라 불전 미술(7)/ 1. 여성을 주제로 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호암미술관의 특별전_. 간다라 불전 미술 속 어머니의 표현(中)> 에서

  * 유근자/ 덕성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현) 국립순천대학교 남도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인천시 문화재위원, 강원 · 경기 문화재전문위원,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 부처님의 생애를 표현한 간다라 불전 미술 연구 진행 중, 저서『조선시대 왕실발원 불상의 연구』『조선시대 불상의 복장기록 연구』, 공저『간다라에서 만난 부처』『자유하는 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