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39

상대 가요의 서정적 이해/ 윤석산(尹錫山)

상대 가요의 서정적 이해         공무도하가를 중심으로      윤석산尹錫山    1  우리의 시문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늘 논의의 첫 대상이 되고 있는 작품은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혹은 「공후인」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이 그 논의의 첫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이 작품이 시대적으로 가장 윗대에 제작되었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이 작품이 우리 서정시의 한 전형을 이해하는 몇 개의 매우 중요한 열쇠를 지니고 있으며, 같이 전승되는 산문 기록 역시 중요한 서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무도하가」 같은 상대 시대의 시작품은 이들 작품들을 뒷받침하는 여러 문헌적인 자료의 영성으로 인하여 그 창작 시기 또는 작가의 문제, 나아가 창작 동기 등, 그 문헌적인 부분에서부..

고전시가 2024.12.07

김관식_영산강 명소의 시비(詩碑)에 대한 제언(발췌)/ 「동다송」中: 초의선사

「동다송東茶頌」 中 초의선사(1786-1866, 80세) 古來聖賢俱愛多(고래성현구애다) 예로부터 성현들은 차를 좋아했으니 茶如君子性無邪(다여군자성무사) 차는 성품이 군자와 같아 삿됨이 없기 때문이다 人間艸茶差嘗盡(인간초다차상진) 부처님이 세상의 풀잎차를 다 맛보고 나서 遠人雪嶺採露芽(원인설령채노아) 멀리 히말라야(=설령)에 들어가 이슬 맺힌 어린 찻잎을 따다가 法製從他受題品(법제종타수제품) 이를 법제하여 차를 만들어 玉壜盛裏十樣錦(옥담성리십양금) 온갖 비단으로 감싸서 옥항아리에 담았다 -「동다송」 부분- ▶영산강 시비詩碑에 대한 제언(발췌)_ 김관식/ 문학평론가 · 시인 초의선사(본명, 장의순)는 전남 무안 출신이며, 조선 후기의 승려로 한국의 다례를 소개할 때 손꼽히는 인물 중의 한 분으로 1828년 ..

고전시가 2024.04.22

김원길_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부분)/ 무언재운 : 지촌 김방걸

무언재운無言齋韻 지촌 김방걸(芝村 金邦杰 1623-1695, 72세) 一臥蒼江歲月深(일와창강세월심) 강촌에 돌아온 지 몇 해이러뇨 幽居不受點塵侵(유거불수점진침) 숨어 사니 한 점 티끌 묻어오지 않네 已知漁釣還多事(이지어조환다사) 고기잡이 낚시질도 번거로웁고 更覺琴碁亦攪心(갱각금기역교심) 거문고며 바둑두기도 심란하구나 石榻任他風過掃(석탑임타풍과소) 앉아 쉬던 바윗돌은 바람이 쓸게 두고 梅壇輸與鳥來吟(매단수여조래음) 화단도 돌보잖아 새가 와서 우짖네 如今全省經營力(여금전생경영력) 이제금 해 오던 일 모두 접고서 終日無言對碧岑(종일무언대벽잠) 종일토록 말없이 푸른 산 보네 - 전문, 김원길 譯 ▶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발췌)_ 김원길/ 시인 나의 13대 조 지촌芝村 김방걸金邦杰 선생의 시, 무언재운無言..

고전시가 2024.04.21

김덕근_장엄으로 펴는 바람의 경전(부분)/ 두타제월 : 한원진

두타제월頭陀霽月 한원진(1682-1751, 69세) 山如衆佛號頭陀(산여중불호두타) 부처님 모습 같아 두타산頭陀山이라 하는데 雨洗天邊足翠螺(우세천변족취라) 비가 내린 하늘가 파란 빛깔이 엉키었네 松上迢迢孤月擧(송상초초고월거) 달은 소나무 위로 높이 떠오르고 入簾靑影十分多(입렴청영십분다) 발 사이로 흐르는 그림자 너무 많은 듯하여라 -전문- ▶장엄으로 펴는 바람의 경전_ 진천군 두타산 영수사 영산회괘불탱(발췌)_ 김덕근/ 시인 절을 품은 두타산이 부처가 누워있는 와불 형상을 닮아 '두타산'이라 불렸기에 자연스럽게 보입나다. 두타는 단지 안분이나 지족이 아니라 깨달음을 위한 위대한 여정입니다. 부처의 제자에서 제일은 마하가섭이지요. '두타'를 흔들어 털어버린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두타산에 입산한다는 것은 번뇌와..

고전시가 2024.04.16

서산대사_해탈시

서산대사 해탈시 生也一片浮雲起/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浮雲自體本無實/ 흘러가는 구름은 원래 실체가 없으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사의 오고 감도 역시 그와 같도다 ▣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위 작품은 서산대사 휴정의 해탈시解脫詩라 한다. 그러나 정작 밝혀진 원전이 없어 세인들은 그렇게 알고 인용할 뿐이다. 민중에게 삶과 죽음을 설명하기는 뜬구름 같은 허상을 찾는 일 같아서 불가적 선문답이 오히려 가장 적절한 답일 수도 있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길게 남겼지만 그중 이 구절이 가장 회자되는 이유는 철학적 사유로 생사의 문제를 초월하게 하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 상황이나 빈부의 문제 등 어렵게 얽혀 있는 상황을 어떻..

고전시가 2024.01.24

서대선_불멸이 된 여인, 홍랑의 절양가/ 묏버들 갈해 것거 : 홍랑

묏버들 갈해 것거 홍랑/ 조선 선조 때의 기생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듸 자시는 창窓 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에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쇼셔 -전문(吳氏藏傳寫本) ▶불멸不滅이 된 여인, 홍랑의 절양가折楊歌 「묏버들 갈해 것거」(전문) _서대선/ 시인 전쟁이 난다면 당신은 무엇부터 챙길 것인가? 가족, 패물, 땅과 집문서, 그리고 현금과 생존 배낭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생 홍랑洪娘의 선택은 달랐다. 선조 1592년(선조 25년) 조선에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고죽孤竹 최경창(1539-1583, 44세)의 글과 글씨를 지키고자 그의 글을 모아 함경도로 향한 후, 모습을 감추고 왜란을 피해 그의 문학적 자료들을 지켰다. 홍랑은 왜란이 끝난 후..

고전시가 2023.11.05

요절한 아들 묘에서 곡한 김수항/ 조해훈

요절한 아들 묘에서 곡한 김수항 조해훈/ 시인, 고전평론가 12월 26일 새벽에 아들 묘에서 곡하다 (十二月二十六日曉 哭兒墓 · 십이월이십육일효 곡아묘) 그믐달 드문 별빛이 새벽 구름 비치는데(缺月疏星映曙雲 · 결월소성영서운) 빈산에 쌓인 눈은 외로운 무덤 덮고 있네.(空山積雪掩孤憤 · 공산적설엄고분) 평생의 지극한 슬픔을 오늘 밤 통곡하니(百年至慟今宵哭 · 백년지통금소곡) 지하의 영혼은 듣고 있는가.(能見精靈地底聞 · 능견정령지저문) 위 시는 김수항(金壽恒 · 1629-1689, 60세)의 작품으로, 그의 문집인 『문곡집文谷集』 권6에 수록돼 있다. 문곡 김수항은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지냈던 분이다. 병자호란 때 척화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상헌의 손자다. 김수항은 위로 김수증金壽增 · 김수홍金壽興 두..

고전시가 2023.04.02

김용채_세기의 사랑꾼 홍랑(부분)/ 묏버들 갈해 것거 : 홍랑

묏버들 가려 꺽어/ 묏버들 갈해 것거 홍랑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산버들 가려 꺾어 님에게 보내노라 자시는 창밧긔 심거두고 보소서 주무시는 창窓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닙곳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소서 밤비에 새닙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 전문 (p. 235) * 블로그주: PC에서 옛 한글체가 불가하므로 원본은 책에서 일독 要. 【배경】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지방 벼슬아치와 기생이다. 선조 6년(1573년) 가을 어느 날, 당시 삼당시三唐詩人 또는 팔문장八文章으로 불리던 최경창崔慶昌이 북도평사北道評事로 경성에 갔을 때, 함경도 홍원 관아 객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엮여지는데, 그 상대자는 홍원 관아 기생인 홍랑洪娘이었다. 그때 홍랑은 나이 열 예닐곱의 갓 피어나는 꽃봉오..

고전시가 2022.10.30

변영희_단편소설『삼백불의 저주-엄마에게』中/ 신수작자경 :허목

中 신수작자경愼酬酢自警 허목(許穆, 조선 중 · 후기의 문신1595~1682) 인정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하고/ 人情有萬變 세상일은 하루하루 복잡해지네./ 世故日多端 친한 사이였다가도 아주 멀어지곤 하니/ 交契亦胡越 한결같이 보기가 영 쉽지 않네./ 難爲一樣看 엄마! 고전번역원 신임연구원의 해설도 읽어보시겠습니다. '지은이 허목(許穆, 1595~1682, 87세). 「산山氣」 9장章 가운데 다섯 번째 「신수작자경愼酬酢自警」 「기언記言」의 작품을 남겼고, 위 시 「신수작자경」은, 사람과 응대하면서 삼가야 함을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지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미수眉叟 허목은 임하林下에서 독서하고 도를 논하는 산림山林으로 지내다가, 명망이 높은 인사를 국왕이 직접 초빙하는 제도가 마련됨에 따라, 56세 ..

고전시가 2022.10.07

잡시(雜詩)/ 도연명

잡시雜詩 도연명(중국 동진, 송나라 365~427, 62) 人生無根蒂 (인생무근체)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는 飄如陌上塵 (표여맥상진) 길 위에 흩날리는 먼지 같구나 分散逐風轉 (분산축풍전) 바람 따라 흩어지고 뒹굴다 보면 此已非常身 (차이비상신) 이 몸은 이미 평소의 몸이 아니라네 落地爲兄弟 (낙지위형제) 세상에 태어나면 모두가 형제인 것을 何必骨肉親 (하필골육친) 어찌 꼭 피붙이만 친하려 하나 得歡當作樂 (득환당장락) 기쁨을 얻었으면 마땅히 즐겨야 하고 斗酒聚比隣 (두주취비린) 한 말 술이라도 이웃과 어울려야지 盛年不重來 (성년부중래)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 것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지 않는다네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때를 만나면 당연히 힘써 일해야지 歲月不待人 (세..

고전시가 2022.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