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김덕근_장엄으로 펴는 바람의 경전(부분)/ 두타제월 : 한원진

검지 정숙자 2024. 4. 16. 15:20

 

    두타제월頭陀霽月

 

    한원진(1682-1751, 69세)

 

 

  山如衆佛號頭陀(산여중불호두타)

  부처님 모습 같아 두타산頭陀山이라 하는데

  雨洗天邊足翠螺(우세천변족취라)

  비가 내린 하늘가 파란 빛깔이 엉키었네

  松上迢孤月擧(송상초초고월거) 

  달은 소나무 위로 높이 떠오르고

 

  入簾靑影十分多(입렴청영십분다)

  발 사이로 흐르는 그림자 너무 많은 듯하여라

     -전문-

 

  ▶장엄으로 펴는 바람의 경전_ 진천군 두타산 영수사 영산회괘불탱(발췌)_ 김덕근/ 시인

  절을 품은 두타산이 부처가 누워있는 와불 형상을 닮아 '두타산'이라 불렸기에 자연스럽게 보입나다. 두타는 단지 안분이나 지족이 아니라 깨달음을 위한 위대한 여정입니다. 부처의 제자에서 제일은 마하가섭이지요. '두타'를 흔들어 털어버린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두타산에 입산한다는 것은 번뇌와 집착하는 마음을 씻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멀지 않은 음성에도 가섭산이 있는 것을 보면 불교와 두타산은 친연관계에 있는 산입니다. 

 

  남당南唐 한원진(1692-1751, 69세)의 통산별업 제 6경에 나오는 두타산입니다. 부처의 모습 같은 두타산은 달빛도 높이 떠오르고 파란 하늘이 짙고 소나무가 있는 모든 사물이 하나되는 두두물물 처처불상의 자리입니다. 발 사이로 그림자가 흐른다니 예사롭지 않습니다. 백곡栢谷 김득신(1604-1684, 80세)도 두타산 가는 말 위에서 시를 쓸 정도였으니까요. '길은 길로 이어지니 끝이 없고/ 산이 높으니 내도 많아라/ 문득 가까운 곳에 절이 있는 줄 알겠다/ 숲 끝나는 곳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라고 노래했습니다. 끝없는 길 계곡으로 산중 절간이 있어 '저녁 종소리'가 산골에 둘러싸여 연곡리 지날 때까지 들리겠지요. '외로운 암자는 푸른 산 동편에 아득히 보이는데/ 은은한 종소리 들릴 뿐 보이지 않는구나'(정우섭, 「두타모종」)처럼 두타산 종소리는 바람에 끊일 듯 이어지며 더욱 선명하게 들리니 신묘할 수밖에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은 영원한 거지요. 텅빈 자리 위엄 있는 두타산 산세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진 종소리는 승경을 잘 챙깁니다. 범종은 부처의 음성이기도 하여 종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중생을 제도하는 밀도 높은 쇳소리가 내 안의 우주로 돌아오는 찰나입니다. (p. 248-249)/ (※ 전문: p. 247~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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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4-봄(70)호 < 기획연재/ 세계문화유산 산책· 9>에서

  * 김덕근/ 충북 청주 출생, 1995년 『청주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작품집『내일을 비추는 거울』, 시집『공중에 갇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