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잡시(雜詩)/ 도연명

검지 정숙자 2022. 5. 22. 15:02

 

    잡시雜詩

 

    도연명(중국 동진, 송나라 365~427, 62)

 

 

  人生無根蒂 (인생무근체)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는

  飄如陌上塵 (표여맥상진)

  길 위에 흩날리는 먼지 같구나

  分散逐風轉 (분산축풍전)

  바람 따라 흩어지고 뒹굴다 보면

  此已非常身 (차이비상신)

  이 몸은 이미 평소의 몸이 아니라네

  落地爲兄弟 (낙지위형제)

  세상에 태어나면 모두가 형제인 것을

  何必骨肉親 (하필골육친)

  어찌 꼭 피붙이만 친하려 하나

  得歡當作樂 (득환당장락)

  기쁨을 얻었으면 마땅히 즐겨야 하고

  斗酒聚比隣 (두주취비린)

  한 말 술이라도 이웃과 어울려야지

  盛年不重來 (성년부중래)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 것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지 않는다네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때를 만나면 당연히 힘써 일해야지

  歲月不待人 (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전문-

 

  ▣ 코로나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시다.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나누는 여유, 때를 만나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근로정신 등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값진 교훈이다.

  도연명은 29세에 주의 좨주祭酒로 벼슬살이를 시작한 후 사임하고 다시 여러 차례 관직에 임했으나 41세 되던 해에 펑쩌현彭澤縣 현령으로 부임해서 80일 만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짓고 관직을 떠났다. 현실 정치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원생활을 동경하던 중 아끼던 누이가 죽자 이를 구실로 전원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 한가한 생활은 경제적 어려움이 겹쳐 크게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잡시 12수에 나타난 그의 삶은 신선과 같은 경지를 보여준다. 잡시雜詩는 정형에 구애받지 않고 제목도 없이 쓴 옛 시를 말하는데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구절로 유명한 위의 시가 그 첫 번째 시다. 

  코로나가 속히 달아나기를 기대하며 도연명과 같은 여유를 즐겨보면 어떨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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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문학』 2021-겨울(30)호 <가온을 여는 시>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