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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 외 1편/ 김백겸

시 숲 외 1편     김백겸    몽상 소년은 가죽나무와 오동나무가 있는 울타리에서 평상에 누워 구름을 보며 낮잠이 들던 어린 시절에도 시 나무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바람에 날리는 이파리들이 푸른 침묵을 뒤집어 보여주는 흰 배때기들이 웅얼거리는 아기의 입술 같다는 생각을 했을 뿐   몽상 소년은 같은 울타리를 사용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정을 메운 플라타너스를 아침노을과 저녁노을 사이로 매일 창밖으로 쳐다보았다  청소년기의 짙은 우울과 몽상은 이파리를 따라 피고 졌으나 시 나무가 플라타너스의 모습으로 안개 속에서 희미한 검은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음을 그때도 몰랐다   몽상 청년의 심장으로 피가 몰리기 시작하고 가슴에 웅덩이로 패인 검은 상처가 시간을 빨아들였으며 현실로 향한 마라톤 경주의 출발..

커피와 사약/ 김백겸

커피와 사약     김백겸    커피 중독이 세종시 나성동 어반 아뜨리움 상가들이 라스베가스 스트리트 물처럼 올라간 산책길의 마지막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상가의 윈도우에 황혼이 비쳐 있는 투섬플레이스로 갈까 이디야로 갈까 망설이는 끝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이디야 커피숖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키고 창가에 앉은 방황의 끝에 이르러   커피숍 창밖에는 휙 바람이 불어 가로수 이파리가 '너 자신을 알라'는 아폴론 신전의 경구처럼 흔들리고 있는 끝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대학 첫 미팅 때 너무 떨려 커피잔을 잡을 수가 없었다던 친구의 청춘과 노회한 시골 의사로 늙은 일생을 뜬금없이 대비하고 있는 생각의 끝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둥근 알람 판에 불이 들어와 기다림의 보상을 받는 만족에 이르러  스님도 커피..

한성례_전통 서정을 구축한 디아스포라의 재일시인/ 무사시노 : 안준휘

무사시노武蔵野     안준휘安俊暉 / 한성례 譯    무사시노에  뽕나무 오디열매가 익어갈 무렵  그대와   만났네   무사시노의  졸참나무 단풍  잎 하나는  그대와 나의  정표   자욱한 비안개  속  인생의 시간  쉬지 않고  지나가네   내가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  무사시노에 있었네   그 무렵  직박구리만  울고 있었네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신에게 갚는 것  나 자신의  죄를 갚는 것  무의 사랑에  눈 떠  가는 것   그대  나를  이국적이라  하네  내 안에  아버지 살아 계시고  어머니 불 밝히시네  내 고향  부모님 고향  갈댓잎  바람개비 돌고 있네   내 고향  산철쭉  보니  아버지 고향  경주의  산철쭉 생각나네   지금 내 무덤 위  솔바람 울고  멧새 지저..

외국시 202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