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새 2/ 최금녀

검지 정숙자 2024. 7. 7. 12:55

 

    새 2

 

    최금녀

 

 

  새를 모았다

  새의 어깨에

  감정이 돋아날 때까지 닦아준다

 

  감정이 살아난 새들은 이따금씩

  눈을 감은 물고기 몇 마리

  맹고나무 숲 노을 한 묶음

  양말을 신은 바오바브나무 발가락 몇 개도 물고 온다

 

  흔들릴 때마다

  나는 새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아픈 과거나 고향을 열어보지 않는다

 

  세어보지 않아도

  기억하지 않아도

  새들의 이름은 새이다

 

  지친 어깨를 

  굳어버린 슬픔을

  부드러운 헝겊으로 닦아준다

 

  이름을 불러준다.

    -전문(p.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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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한국문연> 펴냄

 * 최금녀/ 1998년『문예운동』으로 등단,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외 6권, 활판시선집『한 줄, 혹은 두 줄』 외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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