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엉겅퀴꽃/ 송찬호

검지 정숙자 2020. 2. 14. 03:31



    엉겅퀴꽃


    송찬호



  바위에 검이 박혀 있었네

  녹슬거나

  부러지지 않은 채로,

  소년이 그걸 뽑으려 했네


  다시 그걸 뽑으려 했네

  소년이 병사가 되어,

  전쟁터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후엔

  사랑의 증거로, 한 여자 앞에서


  그 후로도 여러 번 그걸 뽑으려 했네

  차력사의 괴력으로

  시와 음악의 위대함으로

  어느 부유한 이름을 빌어,

  어느덧 소년의 머리도 희어졌네


  바위에 검이 박혀 있었네

  오랜 시간 녹슬

  거나 부러지지 않은 채로,

  노인은 이제 그걸 꽃으로 보네

  억세고 꼿꼿하여라

  엉겅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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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문학』 2020-상반기호 <신작시> 에서

   * 송찬호/ 1987년『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분홍 나막신』『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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