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의 생애
박종해
나는 온 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나의 온 몸에 삼라만상을 담고 산다.
그래서 온 몸으로 세상을 본다.
몸 전체가 하나의 눈이기 때문이다
풀여치나 방아깨비 같은 작은 미물까지
모두 잠든 밤에도
나는 눈을 뜨고 어둠 속에서 세상을 본다.
이렇게 작은 풀잎 위에 집을 짓고
하루 밤을 천년 세월처럼 지내다가
신의 말씀으로 빚은 해오름이 되면
나는 미련없이 이 곳을 떠나야 한다.
이승과 저승의 거리가 겨우 한 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풀잎의 집에서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간단한 삶의 한 때를
천년을 살다갈 듯이 서로 상처주며
고통과 고뇌를 내 몸 속에 새기며 살아오다니.
----------------
*『미당문학』 2020-상반기 호 <신작시 특집> 에서
* 박종해/ 1980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탕비누방울』외 10권, 『시와 산문선집』이 있음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엉겅퀴꽃/ 송찬호 (0) | 2020.02.14 |
---|---|
집으로 가는 길/ 박종해 (0) | 2020.02.14 |
의자가 있는 골목/ 황상순 (0) | 2020.02.13 |
겨울비, 그 후/ 박해성 (0) | 2020.02.13 |
진화론/ 조우연 (0) | 2020.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