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백색소음/ 박소란

검지 정숙자 2020. 2. 14. 13:36



    백색소음


    박소란



  유튜브에서 찾은 밤의 빗소리는 진짜 같다

  진짜보다 더

  자주 창밖을 내다보게 된다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빗소리는 차츰 거세진다

  급히 우산을 펼쳐든 꿈이 무른 잠꼬대를 흘리고

 

  누군가와 이 일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있잖아, 비 내리는 골목을 한창 쏘다니는데 누가 이름을 부르는 거야, 누구지? 하고 돌아보는데


  돌아보는데

  아무도 없다, 유령인가?


  괜히 오싹해져서

  근처 24시 커피숖으로 뛰어 들어간다

  구석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훔쳐 듣다보면 왠지 안심이 된다


  글쎄, 밤마다 빌라 주차장에 모여 우는 고양이들 때문에 죽겠어요, 얼마나 구슬프게 우는지 어쩔 땐 따라 흐느끼게 된다니까요


  글쎄 말예요, 울음은 멈추지 않고

  버튼을 눌러 전원을 끌 때까지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아침이면 죽은 고양이를 맞닥뜨리게 될 것 같은 예감

  누군가와 이 일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면


  여보세요,

  유령인가?


  너무 선명한 꿈은 무섭다

   -전문, 『시로 여는 세상』 2019-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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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문학』 2020-상반기호 <오늘의 시인> 에서

   * 박소란/ 2009년『문학수첩』작품활동 시작,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한 사람의 닫힌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