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도
곽진구
감꽃이 핀 감나무 가지 아래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자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들여 놓고서
어머니는 두 손 모아 빌고 또 빈다
밥은 잘 먹고 지내느냐?
아픈 데는 없느냐?
그러면 지나가는 바람도
잠시 길을 멈추고
어머니의 야윈 이마에 머물다 가는데
굶지 않고 아프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다행이다, 이런 생각들로 꽉 찬 어머니의 마음이
바람의 맨 앞자리에 앉아
어디론가 부지런히 실어 보내지고 있었다
그 도착지엔
늘 자식들이 있었다
*『미당문학』 2020-상반기호 <신작시> 에서
* 곽진구/ 1988년『예술계』로시 부문 & 1994년 『월간문학』으로 동화 부문 등단, 시집 『사는 연습』『꽃에게 보내는 엽신葉信』등, 동화집 『빨간부리뻐꾸기』『아빠의 비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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