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10시 15분/ 김대선

검지 정숙자 2024. 11. 8. 01:25

 

    10시 15분

 

     김대선

 

 

  서쪽에 산다는 바람 하나

  제비꽃 씨앗 물고 와

  가슴 모퉁이에 슬며시 밀어 놓았다

  씨앗을 보지 못한 나는 멈출 줄 모르는 시간만 바라보았다

  매일 같은 시각에 바람은

  싹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물을 흘려보냈다

  아무도 모르게 흘린 흔적

  봉오리가 맺힐 때 눈을 비비면서

  문득 꽃의 미소를 보고 말았다

 

  흙의 장난에

  가슴은 엉망이 되기도 하지만

  제비꽃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오늘도

  그 시각 서쪽을 향하고

  바람은 어김없이

  빛과 물을 물고 찾아온다

 

  기다림은 기린의 목이 되어간다

     -전문(p. 203)

* 추천의 말/ 사물에 침투하는 시력이 마우 섬세하다. 오랜 시간 시적 안테나를 갈고닦은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작은 사물에서 보내는 파장을 낚아채어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내는 기량이 돋보인다. 특히 그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스토리를 서정화 하는 능력이 주목된다. 자칫 서사적 구성에 함몰되어버리기 쉬운 제재를 빛나는 직관으로 처리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출발에 박수를 보낸다. (p. 25)/ -문효치(시인, 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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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4-가을(95)호 <신인등단> 에서

  * 고흰별(본명:고인숙)/ 2007년 『문학시대』 신인상, 시예술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