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 들려 명륜이 내려주는 풍경(부분)
김덕근
청주향교는 전국 향교 중에서 가장 가파른 곳에 자리합니다. 홍살문을 지나 외삼문에서 내삼문까지 경사도를 보더라도 평지 향교와 다르게 유교적 위계를 알게 해줍니다. 흔히 전학후묘前學後廟의 배치라고 합니다. 강학 공간이 앞에 있고 제례 공간인 대성전이 뒤에 있는 형식이죠. 위에서 보면 말발굽형인 청주향교는 대성전을 위한 높고 긴 계단의 연속입니다.
'향교 건축은 엄격하게 대성전을 축으로 위계에 따라 있습니다. 위계의 시작은 문과 담장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낮은 향교의 담장은 방어적 수단이 아니라 영역성 표지 안 밖을 구분함을 구분합니다. 밖에서 훤히 보일 정도지만 향교의 중심축에서 대성전은 자궁처럼 가장 깊숙이 자리합니다.
높은 장소에 있는 청주향교는 고려시대 절터였습니다. 절간 이름을 알 수 없어 '대성동 사지'라 불리는데 절터에 향교를 세운 곳도 적지 않습니다. 아직도 청주향교 느티나무 아래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석탑의 옥개석을 볼 수 있지요. 눈 밝은 사람들은 향교 안 곳곳 주초석부터 절터의 석재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압니다. 대성전은 스승의 학덕을 기리며 학문의 방향을 찾는 곳으로 제례 공간, 배향 공간은 선현의 은혜에 보답하는 성소입니다. 강학 공간 위에 자리하여 일상생활에서 공경과 추념의 마음을 갖을 수밖에요. 중세시대의 수도원 향교의 대성전을 함께 보면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교학이 함께 있는 실천 수행의 공동체인 거지요. 청주향교에서 대성전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삼문을 거쳐야 합니다. 문이 세 개여서 내삼문 또는 신삼문神三門이라고도 하는데 대부분 향교는 솟을 삼문으로 그 장엄을 보입니다. 그러나 청주향교는 긴 벽과 같은 곳에 정중앙의 신문神門만 있을 뿐입니다.통로와 문이 복도의 회랑 형식으로 이어지는 강릉향교의 내삼문과 형제 같습니다. 지붕의 길이 내부의 통로가 되기도 하고 벽이 되어 신성한 지역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신문은 대부분 닫혀있어 출입을 금하고 신전을 들어가는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명륜당 뒤편의 유일한 계단이 신문으로 이어지고 제전을 위해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측면의 문입니다. (p. 22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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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3-여름(67)호 <청풍명월의 심상자리·18 청주 대성동 향교>에서
* 김덕근/ 충북 청주 출생, 작품집『내일을 비추는 거울』『공중에 갇히다』, 『충북작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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