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와디/ 홍은택

검지 정숙자 2024. 7. 27. 01:54

 

    와디

 

    홍은택

 

 

  사막에도 강이 흐른다

  우기에만 넘쳐흐르는 강 소노라 사막에서 일 년을 살았다 선인장 희고 노란 꽃이 피고 오래도록 해가 졌다 달 없는 밤 별똥별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 몸에 가시별로 박혔다

  붉은 먼지바람으로 떠돌던 나바호족 영혼이 허파 꽈리 깊숙이 스며들었다. 뭔가  기둥선인장 물관을 타고 바닥 드러낸 강이 무감하게 흘렀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상형문자 새겨진 암벽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은 것도 납작 엎드린 흙집들 우는 소리가 들린 것도 이미 사막이 된 내 몸속 와디가 마르고 흐르기를 되풀이하는 것도

     -전문(p.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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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홍은택/ 경기도 광주 출생, 1999년『시안』으로 등단, 시집『통점에서 꽃이 핀다』『노래하는 사막』『루앙프라방』, 공역시선『영어로 읽는 한국의 좋은 시』, 시론집『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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