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식탁/ 최선

검지 정숙자 2024. 7. 27. 01:15

 

    식탁

 

     최선

 

 

  식탁에게는 누가 밥을 차려줄까

 

  새벽 5시에 가장을 불러 앉히고

  나에게는 모닝커피 한잔을 건넨다

 

  숟가락과 밥그릇 부딪는 소리로 허기를 달래는 식탁

  그 많은 음식은 제몫이 아니다

 

  노모가 절반을 흘린 밥도

  금세 행주가 훔쳐 달아난다

 

  사각의 모서리로 버티는 식탁

  가끔 옆구리를 찌르는 것은

  허기진 속 알아달라며 내부 비밀을 발설하는

  그의 습관성 투정이다

 

  가끔 시장기를 참지못해

  발밑에 숨긴 몇 개의 밥알들이

  사금파리처럼 날카롭게 발바닥을 찌르기도 한다

 

  귀퉁이에 민들레 한 송이

  꽂아 주면

  머리핀처럼 반짝이며 근사한 표정을 짓는다

 

  나도 한 때 친척집에 얹혀 살 때가 있었다

  때를 놓친 귀가길에는

  대문 안쪽에서 밥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면

  발뒤꿈치를 들고 뒷걸음질 쳐 나왔었다

      -전문(p. 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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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최선/ 2014년 『화백문학』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 『꽃들의 발목』, 사진집 블루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