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도원기/ 한소운

검지 정숙자 2024. 7. 27. 01:39

 

    도원기

 

     한소운

 

 

  무릉리와 도원리의 초대를 받았다

 

  도화를 보려고 달려간 도천*

  꽃숭어리 절반은 무너졌고

  절반은 가파르게 흔들리는데

  꼭 나를 닮았다

  독백처럼 웅얼거리는 바람소리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자리

 

  그대라고 쓰면

  눈물이 마침표를 찍는다

 

  첫새벽 이슬의 문장으로 편지를 쓴다

  편지가 닿기도 전에 아침이 오고

  밤새 머리맡을 떠돌던 별자리도

  글썽이다 돌아간 텅 빈 하늘

 

  복숭아꽃 강둑을 걸어 봐도

  별빛 내려앉던 마당가를 서성여도

  당신이 오지 않으면 꽃이 핀들 무슨 소용

  무릉도원은 어디에도 없다

     -전문(p. 241-242)

 

    *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도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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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4-여름(96)호 <신작시> 에서

 * 한소운/ 1998년『예술세계』로 등단, 시집『그 길 위에 서면』『아직도 그대의 부재가 궁금하다』『꿈꾸는 비단길』, 예술 기행집『황홀한 명작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