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탭댄스/ 한정원

검지 정숙자 2024. 7. 27. 17:58

<2023. 제1회 '미래시학' 문학대상 운문부 수상작> 中  

 

    탭댄스

 

    한정원

 

 

  모스 부호다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다

  글자들이 튀어 오르듯

  암호처럼 빠르고 짧게, 세게, 약하게

  빗방울이 되어 코끝을 부딪친다

  쇠붙이를 박은 언어들은 ㄸ, ㅌ, ㅎ, ㄲ,

  흩어졌다가 모였다가 공중돌기하다가

  흑백의 파편을 뿌린다

  추위를 견디려고 폴짝폴짝 뛰는 추운 나라 사람처럼

 

  허공은 터졌다가 다시 봉합된다

  캐스터네츠의 파열음

  착지하는 순간,

  바닥을 치는 소리 듣는다

  언제나 그렇듯

 

  타악기처럼 받아줄 울음의 공명이

  다섯, 여섯, 일곱, 여덟

  광야를 질주한다, 고백한다, 담을 넘는다

  넘어진다, 깨진다, 호명한다

 

  모스 부호의 비밀을 벗어난 스팽크, 셔플

  발과 구두 사이

  발가락 끝과 발뒤꿈치 사이

  한 생애가 엇박자로 이어진다

 

  울림과 두드림은 여기까지

     -전문(p. 78-79)

  -------------

* 『미래시학』 2024-여름(49)호 <제1회 미래시학 문학대상 운문부 수상작>에서 

* 한정원/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석류가 터지는 소리를 기록했다』『마마 아프리카』『낮잠 속의 롤러코스터』『그의 눈빛이 궁금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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