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제4회 계간 파란 신인상 수상작 > 中
축
장대성
우리는 아직이라고 말하네
서랍 안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고양이가 튀어나올 리는 없어
슈뢰딩거는 피자집 알바생처럼
너무 많은 상자를 접고 닫고 열어 보면서도
자신에게로 뛰어드는 상상 속 고양이를
안아 줄 수조차 없었잖아
아무래도 미래일 거야
손잡이를 몸쪽으로 당기면
미래가 도래하듯 서랍 안의 어둠이
서서히 밝아질 테니까
그런 설정이라면 미래는
서랍이 아닌 우리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네
빛이 굴절하여 형상을 만들고
눈물이 볼을 타고 슬픔을 드러내듯
불을 끄고 누워 반짝이는 말들 속삭이던 밤은
우리를 넘어 방을 마음으로 만들었네
그걸 고양이라고 할까
아니 게라고 하자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도 괜찮을 만큼
튼튼한 몸을 가질 수 있도록
입추 지나 처서 오고
얇은 옷을 개어 장롱 안에 두고
아 더워 아 추워
이랬다가 저랬다가 해도
서랍이 있다면
열 수 있는 문이 남아 있다면
비슷한 시간에 잠들지 않더라도
같은 햇빛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이제 열어 볼까?
구름 걷히고 어둠 몰아내며
바깥의 빛이 집으로 도래할 때
아직
우리는 아직이라는 마음을 가지네
-전문(p. 91-92)
* 심사위원: 김건영 송현지 이찬 이현승 장석원 정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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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24-봄(32)호 <제4회 계간 파란 신인상> 당선작에서
* 장대성/ 1998년 전남 광주 출생,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24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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