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이랜더/ 변혜지

검지 정숙자 2024. 7. 21. 11:58

 

    하이랜더

 

     변혜지

 

 

  이상하게도

 

  이 나라에는 전설이 많아서 누군가 죽거나 누군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이야기가 이상하지 않다. 나는 죽음을 믿는다.

 

  분홍은 가루 분 자에 붉을 홍 자를 쓰네. 희재는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어떤 영혼은 제 몸을 덮은 꽃잎이 무거워서 승천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안내인은 지나치게 상냥한 손짓으로 나를 이끈다. 그의 정수리를 햇빛이 겨누고 있다. 끝이라는 게 있다면 여기 아닐까. 희재가 또 중얼거리고 있다.

 

  사람들이 나의 몸을 마른 천으로 닦고 흰옷을 입혀준다. 생목으로 짠 관은 시간이 지나면 비틀림이 발생합니다. 뚜껑을 닫으며 안내인이 마지막으로 설명한다. 관 속에서는 살아 있던 나무의 냄새가 난다.

 

  관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차례대로 나오는 중이다. 정말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누군가 말하고 있다. 흐느끼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사람 때문에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죽음을 믿는다.

 

  태어나서 좋아요.

 

  먼 훗날

  내가 낳을 아이가 말할 것이다.

      -전문(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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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파란』 2024-봄(32)호 <poem>에서

  * 변혜지/ 2021년 ⟪세계일보⟫로 등단, 시집『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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