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철야/ 김창훈

검지 정숙자 2024. 7. 17. 00:54

 

    철야

 

    김창훈

 

 

  밤이 되었다

  하루의 문장이 소금에 절인 듯 쪼그라든다

 

  바다를 피해 사막으로 갔다

  천장에는 달과 별이 보이지 않는다

 

  목이 말랐고 모래는 차갑다

  낮에 보였던 발자국을 바람이 가져갔다

  방향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사막과 달의 색은 잘 어울린다

  모래에서 살 냄새가 난다

  얼굴을 묻어버리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

  한쪽은 사라지고

 

  눈썹 사이에서 시계 소리가 난다

  먼 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을 기억하는 습관

 

  내일의 문장을 여러 번 연습해 본다

  자주 몸을 뒤집는다

 

  입에서 모래가 씹힌다

  새벽 네 시,

  내가 나를 밀어내고 있다

    -전문(p.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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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정예 시인/ 근작시> 에서

  * 김창훈/ 2023『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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