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
김창훈
밤이 되었다
하루의 문장이 소금에 절인 듯 쪼그라든다
바다를 피해 사막으로 갔다
천장에는 달과 별이 보이지 않는다
목이 말랐고 모래는 차갑다
낮에 보였던 발자국을 바람이 가져갔다
방향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사막과 달의 색은 잘 어울린다
모래에서 살 냄새가 난다
얼굴을 묻어버리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
한쪽은 사라지고
눈썹 사이에서 시계 소리가 난다
먼 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을 기억하는 습관
내일의 문장을 여러 번 연습해 본다
자주 몸을 뒤집는다
입에서 모래가 씹힌다
새벽 네 시,
내가 나를 밀어내고 있다
-전문(p.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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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정예 시인/ 근작시> 에서
* 김창훈/ 2023년『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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