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
양선규
처음에는 아주 작은 하나의 빗방울이었다 오랜 가뭄이 들면 간절한 기다림이었다가, 큰비 내려 홍수가 나면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도착한 물들과 부둥켜안고 크게 기뻐했으나 금방 서로 멀어져 가며 기약 없는 이별을 했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다가 부딪치고 깨어져 하얀 포말이 되어서야 알았다
잊힌 게 아니었다 빙산처럼 각자의 포부대로 큰물과 합류하고 있다는 것을, 바다에 와서 보았다 아무리 큰 폭풍이 불어도 끄떡 않는, 어깨와 어깨 모여 만든 깊고도 푸른 장엄한 바다의 고요를 보았다
-전문(p.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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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정예 시인 신작시> 에서
* 양선규/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튼튼한 옹이』『나비의 댓글은 향기롭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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