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내가 보이면 울어라'/ 김효운

검지 정숙자 2024. 7. 17. 00:30

 

    '내가 보이면 울어라'

         강이나 하천의 수위가 낮아지면 바닥의 돌이 물 밖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때 드러난 돌에 문구와 연도를 새겨넣었다. 이 돌을 헝거스톤이라고 한다.

 

     김효운

 

 

  체코 엘베강에서 1616년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고 새긴 돌이 발견되었다는데

 

  나비가 발바닥에 꽃가루를 묻히듯

  출생연도를 이마에 타투로 적어두고

  오갈 든 강물 속에서 드러난 맨살

 

  빠르게, 편하게, 쉽게

  꽃과 바람 사이를 헤매는

  이기심을 피해 버티고 버티다가

  죽은 꽃잎처럼 달린다

 

  내가 찍은 탄소발자국 줄이는 길을

  너에게 묻는다

 

  곧장 달리고 싶지만

  기억을 되짚어 되돌아가는 길은 너를 복기하는 형식이다

  낯설지 않다

    -전문(p.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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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정예 시인/ 근작시> 에서

  * 김효운/ 2020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목련틀니』, 『붉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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