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그릇, 되다
류미월
콩 심은 데 콩 나는 건 흙이 만든 진리죠
어른들은 올바르게 참되게만 살라지만
흑흑흑
잘못이 없어도 그릇되다 말해요
성당 옆 모퉁이에 문을 연 '그릇된 흙'
간판을 읽다 보니 조금은 당황스럽죠
그릇이 된다는 건지
흙이 잘못이라는지
잘못된 흙이라면 그릇이 되지 않겠죠
식탁 위에 장식장에 우아하게 자리잡은
올바른 도자 그릇이
꽃을 물고 피어나요
-전문(p.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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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문화』 2024 여름(70)호 <근작 시조> 에서
* 류미월/ 2008년『창작수필』 & 2014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산문집『달빛, 소리를 훔치다』, 시조집『나무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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