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문학과 건축 사이의 행간 읽기(부분)
장수철
건축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건축 언어"라는 표현에서도 문학과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미학적 견지에서 건축가의 주관적인 의도가 건축적 언어(예컨대 형태, 색채, 구조, 크기, 척도, 배치, 자연요소, 디자인, 스타일, 나아가 사회적 맥락과 소통 등)를 통해 건축물의 조형성으로 발화되고, 이 발화체가 읽는 이로 하여금 심미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관점에서 문학과 건축 사이의 장르적 유비가 가능한 것은, 근본적으로 두 장르 모두 인간의 삶을 전제하기 때문임을 간과할 수 없다. 건축은 인간이 기거하는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행위이고 문학은 인간이 채워가야 하는 '의미의 공간'을 만드는 행위이다. 인간이 깃들지 못하는 건축, 인간의 삶을 다루지 않는 문학을 우리는 어떻게든 상정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건축의 실용성은 실제적이며 물리적인 차원의 효용이지만, 문학이 그것의 향유를 통하여 미적 체험에 이르게 된다면 이 또한 불요불급할지라도 문학의 실용적 측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건축이든 문학이든 모두 인간과 관계하고 우리의 삶을 직관해야만 한다는 책무성 또는 당위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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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기획특집/ 문학과 건축> 에서
* 장수철/ 시인, 본지 공동 부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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