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건축, 예술을 짓고 문학을 담다(부분)/ 이종성

검지 정숙자 2024. 6. 7. 18:02

 

    건축, 예술을 짓고 문학을 담다(부분)

 

     이종성

 

 

  현대 건축은 장소와 용도 등에 따라 카탈후유크(Catalhuyuk)와 같은 고대 원시 건축 형태서부터 모던한 노출 콘크리트, 강철 프레임과 유리 커튼 윌의 하이테크(High-Tech) 양식을 비롯하여 '부르주 할리파'와 같은 초고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혁신적인 사고가 혁신적인 건축을 만들어내며 끝없이 건축은 진화한다.

  위에서 일별했던 바빌론의 건축들은 돌이 귀해 흙벽돌을 이용하였다. 과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벽돌은 조적식 구조의 건축 재료로 오랫동안 쓰여왔다. 어느 것이든 건축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활동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공간은 무엇인가를 담는다. 그 담겨지는 대상에 따라 공간은 다채롭게 변화한다.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하며,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할 뿐만이 아니라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또한 따뜻해지기도 하고 추워지기도 한다.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거나 초현실적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공간은 수용 대상에 의한 확장과 축소 혹은 팽창과 수축으로 유기적인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공간은 대상과 소통한다는 증거로 인간의 활동에 의해 건축은 숨 쉬고, 생명을 얻는다. 그 생명성은 예술에 의해 꽃을 피우고, 그중에서도 문학은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는 각자覺者로서의 삶을 추구하여 멀리 가는 존재로 만들어준다. 그런 존재는 현실에 살지만 미래를 불러들여 먼저 사는 사람이다. 그는 가는 자가 아니라 미래에서 오는 자이다. 미래란 아주 먼 시간대가 아니라 지금에서 한 발 앞선 것뿐이다. (p. 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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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하우스』 2024-상반기(창간)호 <기획특집/ 문학과 건축> 에서

 * 이종성/ 시인,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