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가정법률상담소를 창설한 이태영 변호사
이혜선
♣ 저 혼자 태어나 저 혼자 자란 것처럼 그 사랑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우리들이다. 오늘은 열 일 다 제쳐두고 어머니께 달려가 주름진 손이라도 잡아드려야겠다. (p. 71)
♣ 우리나라에 가정법률상담소를 창설한 이태영 변호사는, 예전의 부부는 남편이라는 커다란 원 하나가 있고 그 옆에 아내라는 작은 원 하나가 붙어서 따라가는 형태였다면, 오늘날의 부부는 크기가 같은 두 개의 원이 서로 합하여 더 큰 하나의 원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p. 97)
♣ 우리들 가까이에도 많은 장애인이 하루하루 힘겨운 삶의 시간을 견디고 있으며, 교황님처럼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많은 분들이 그들의 곁에서 헌신적으로 보살펴주고 있다.
"뇌성마비 중증지체 · 언어장애인" 라정식 씨는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나이 마흔 두 살에, 죽어서 비로소 "고요한 얼굴이 되었다. 살아남은 이의 부러움을 받으며 "아수라장, 난장판"을 죽어서야 겨우 빠져나왔다.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아슴 아픈 이 말을 들으며, 아무 죄 없이 평생 동안 견뎌내야 하는, 죽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은 그들의 아픔에 대하여, 곁에서 그들을 보살피는 이의 노고와 숭고함에 대하여 새삼 마음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져본다. (p. 125-126)
♣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줄무늬 애벌레처럼 남들이 올라간다고 가까운 벗의 머리를 밟아가며 무작정 따라 올라간 높은 기둥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는, 단지 허공밖에 없어서 다시 추락할 일만 남은 그 높은 꼭대기를 향하여 우리는 오늘도 무작정 달리고 있지나 않은지. (p. 236)
♣ 붉은 바다거북 암컷은 수 백 킬로미터를 헤엄쳐 자기가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서 알을 낳는다. 모래를 파고 구덩이를 만들어 약 500개의 알을 낳는데 알에서 부화한 새끼거북들은 본능적으로 바다로 기어간다. 바다까지 기어가는 동안에 달랑게와 갈매기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의 밥이 되고, 천 개의 알 중에 한 마리 정도만 어른거북으로 살아남는다고 한다. (p. 259)
♣ 설레며 맞이하는 것이 설날이다. 늘 같이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새해에 떠오르는 해는 좀 더 새롭고 힘찬 희망을 가득 싣고 떠오른다. 내일에의 희망이, 새해에의 희망이,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미래가, 그 기대가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리라.
아무리 오늘이 춥고 가난하고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에겐 언제나 내일이 있다. 천란한 빛으로 떠오를 내일의 태양이 지평선 저 너머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p.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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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에서/ 2019. 5. 17. <지혜> 펴냄
* 이혜선/ 1980~1981년 월간『시문학』 2회 추천으로 등단, 시집『神 한 마리』『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이』『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 『새소리 택배』『운문호일雲門好日』, 저서『문학과 꿈의 변용』『이혜선의 명시산책』『New Sprouts You』(영역시집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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