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가정법률상담소를 창설한 이태영 변호사/ 이혜선

검지 정숙자 2024. 6. 15. 13:55

 

    우리나라에 가정법률상담소를 창설한 이태영 변호사

 

     이혜선

 

 

  저 혼자 태어나 저 혼자 자란 것처럼 그 사랑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우리들이다. 오늘은 열 일 다 제쳐두고 어머니께 달려가 주름진 손이라도 잡아드려야겠다. (p. 71)

 

  우리나라에 가정법률상담소를 창설한 이태영 변호사는, 예전의 부부는 남편이라는 커다란 원 하나가 있고 그 옆에 아내라는 작은 원 하나가 붙어서 따라가는 형태였다면, 오늘날의 부부는 크기가 같은 두 개의 원이 서로 합하여 더 큰 하나의 원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p. 97)

 

   우리들 가까이에도 많은 장애인이 하루하루 힘겨운 삶의 시간을 견디고 있으며, 교황님처럼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많은 분들이 그들의 곁에서 헌신적으로 보살펴주고 있다.

  "뇌성마비 중증지체 · 언어장애인" 라정식 씨는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나이 마흔 두 살에, 죽어서 비로소 "고요한 얼굴이 되었다. 살아남은 이의 부러움을 받으며 "아수라장, 난장판"을 죽어서야 겨우 빠져나왔다.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아슴 아픈 이 말을 들으며, 아무 죄 없이 평생 동안 견뎌내야 하는, 죽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은 그들의 아픔에 대하여, 곁에서 그들을 보살피는 이의 노고와 숭고함에 대하여 새삼 마음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져본다. (p. 125-126)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줄무늬 애벌레처럼 남들이 올라간다고 가까운 벗의 머리를 밟아가며 무작정 따라 올라간 높은 기둥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는, 단지 허공밖에 없어서 다시 추락할 일만 남은 그 높은 꼭대기를 향하여 우리는 오늘도 무작정 달리고 있지나 않은지. (p. 236)

 

   붉은 바다거북 암컷은 수 백 킬로미터를 헤엄쳐 자기가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서 알을 낳는다. 모래를 파고 구덩이를 만들어 약 500개의 알을 낳는데 알에서 부화한 새끼거북들은 본능적으로 바다로 기어간다. 바다까지 기어가는 동안에 달랑게와 갈매기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의 밥이 되고, 천 개의 알 중에 한 마리 정도만 어른거북으로 살아남는다고 한다. (p. 259)

 

   설레며 맞이하는 것이 설날이다. 늘 같이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새해에 떠오르는 해는 좀 더 새롭고 힘찬 희망을 가득 싣고 떠오른다. 내일에의 희망이, 새해에의 희망이,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미래가, 그 기대가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리라.

  아무리 오늘이 춥고 가난하고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에겐 언제나 내일이 있다. 천란한 빛으로 떠오를 내일의 태양이 지평선 저 너머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p.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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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 에서/ 2019. 5. 17. <지혜> 펴냄

이혜선1980~1981년 월간『시문학』 2회 추천으로 등단, 시집『神 한 마리』『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이』『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 『새소리 택배』『운문호일雲門好日』, 저서『문학과 꿈의 변용』『이혜선의 명시산책』『New Sprouts You』(영역시집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