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驛이 사라지다
정복선
봄눈에 아린 꽃눈을 내밀어 본 곳
그 역에 내린 지 이십여 년 삼삼오오 앉아서
지나온 철길과 역들의 모래바람을 토해 내던 곳
태풍에 떠밀려서 뒷걸음칠 때에
빠르게 떠나가는 기적소리에 하루를 베이던 곳
무연憮然히 주저앉았다가 다시 행성들을 따라 항해하려던,
아으, 그 역이 지구에서 영영 사라지다니
한 량輛의 나의 정신은 어느 역까지 가야 하나요?
-전문(p.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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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6집『고대의 노래 현대의 노래』에서/ 2023. 12. 20. <문예바다> 펴냄
* 정복선/ 1988년『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선집 『젊음이 이름을 적고 갔네』, 시집 『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마음여행』『여유당 시편』등 8권, 영한시선집『Sand Relief』, 평론집『호모 노마드의 시적 모험』, <현대향가> <유유>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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