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이용하
동백나무 한 가지의 푸른 잎과 붉은 꽃,
기색도 없이 툭 진 꽃은 누나였습니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그리도 서둘러
달님 따라 서쪽으로 간 것인가요?
그날 이후 꿈에서나마 종종 만났는데
그 속에도 나타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내 꿈속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이미 이 세상에 돌아온 것이지요
아, 마주 보아도 서로 알아보지 못해
새로 핀 꽃을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전문(p.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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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6집『고대의 노래 현대의 노래』에서/ 2023. 12. 20. <문예바다> 펴냄
* 이용하/ 2019년『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시집『너는 누구냐』, <현대향가>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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