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이준관_동심의 아름다움, ···(발췌)/ 한 마리 나비가 날 때 : 오규원

검지 정숙자 2024. 2. 10. 01:59

<동시>

 

    한 마리 나비가 날 때

 

    오규원(1941-2007, 66세)

 

 

  한 마리 나비가 날 때

  팔랑팔랑

  혹은

  나붓나붓

  꿈꾸며

  나비가 날 때

  한 마리 나비가 내는

  꿈꾸는 소리

 

  그 작은 소리 없어질까

  지나가던 바람이

  얼른

  가슴에 안고 간다

  그리고

  그 소리 기다리는

  꽃이 보일 때까지

  조심조심 안고 다니며

  키운다

 

  들어 보라

  나비와 만난

  바람의 소리를

 

  그 바람 속에는

  언제나

  꽃에게

  전해 줄

  팔랑팔랑

  혹은

  나붓나붓

  날며 꿈꾸는

  나비의 소리

    -전문-

 

  ▶동심의 아름다움, 오규원의 동시(발췌) _이준관(시인, 아동문학가)

  내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하고 본격적으로 동시 창작을 하던 무렵 오규원의 동시를 만났다. 시각적 회화적 이미지 중심의 독특한 동시는 나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동시를 쓴다는 사실을 드러내어 말하지 않았다. 동시집도 그가 세상을 뜨기 전에 출간한 『나무 속의 자동차』 한 권에 불과하다. 그것도 겨우 40편이 실려 있을 뿐이다. 그는 "동시는 동심으로 볼 수 있는 시의 세계"라는 말대로 시를 썼지 동시를 쓴 게 아니었다. "사범학교를 나왔고, 또 부적격자라서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초등학교 교직을 나온" 그에게 동시는 어린이를 위한 시가 아니라 그냥 일반 시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동시를 내가 특별히 기억하는 것은 등단 무렵에 그의 동시의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를 무조건 미화하는 동심천사주의자도, 어린이를 계봉하려는 계몽주의자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예술지상주의자였다. 교훈성보다는 예술성이 먼저고, 내용보다는 표현이 먼저고, 동심보다는 시가 먼저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 당시 동시인들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그도 자연을 주소재로 했다. 하지만 시의 기법을 접목하여 감각적이고 회화적 이미지 중심의 동시를 썼다. 그는 사계절의 자연을 파스텔화처럼 신선한 이미지로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내가 그의 동시에 끌린 것은 바로 그런 '동심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 

  나비의 꿈꾸는 소리를 꽃에게 전해주려고 바람이 조심조심 안고 다닌다는 생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비가 나는 형상을 표현한 "나붓나붓"이라는 시어 또한 아름답다. 나에게 동시가 아름다운 것은 그 동시 속에 담겨 있는 '생각과 말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던 작품이었다. (p.시 128-129/ 론 126-127 * 129)

 

   * 블로그 註 : 책(p. 127)에 '오규원' 시인의 진영眞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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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3-봄(15)호 <이준관의 >에서 

   * 이준관/ 시인 · 아동문학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 1974년 『심상』으로 시 부문 등단. 동시집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흥얼흥얼 흥부자』외 다수, 시집『가을 떡갈나무 숲』『부엌의 불빛』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