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눈
김상옥(金相沃,1920~2004, 84세)
온 세상 뜰안인 양 포근히도 고요한 날
저 하늘 푸른 속에 깊숙이 숨었다가
흰 날개 고이 펼치고 춤을 추며 나리네
헐벗은 가지에도 흐뭇이 꽃이 벌고
보리 어린 이랑 햇솜처럼 덮어주고
오는 철 새로운 봄을 불러오려 하느냐
깃드는 추녀 끝에 낙수소리 들리거든
참고 견딘 추움 헌옷처럼 벗어두고
우리네 헐린 살림을 다시 가꿔 보리라
-전문-
▲ 김상옥(金相沃, 1913~2003, 90세)/ 시조시인, 경남 통영 출생, 1939년 『문장』에 「봉선화」가 추천되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시조 공모에 「낙엽」이 당선되며 등단하였다. 전통적인 율격과 제재로 사실적 기법을 활용하여 현대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시조집으로 『초적』(1947), 시집으로 『이단의 시』(1949), 1962년 동시집 『석류꽃』을 출간하였다. 이후 『의상衣裳』『목석의 노래』『꽃 속에 묻힌 집』『삼행시 육십오 편』『시와 도자陶磁』『묵墨을 갈다가』『향기 남은 가을』『눈길 한 번 닿으면』『촉촉한 눈길』 등의 시집, 시조집, 수필집을 출간하였다. 경남여자고등학교, 부산여자중학교, 마산고등학교, 삼천포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시어의 조탁彫琢에 힘썼고, 시조 연구와 미학적 발전에 공헌하였다. 1974년 노산시조문학상, 1982년 중앙시조대상, 2001년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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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2023-겨울(92)호 <이 계절의 시_김경성> 에서
* 김경성/ 전북 고창 출생, 201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와온』『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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