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김유자
내가 들어가기에는 나무가 작았다
내가 작아서 나무가 들어오다 부러졌다
나란히 서있으면 안 되는 거야?
누가 먼저 그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란히
서로의 옆에 서도 나란해지지 않았다
흔들리거나
벗어나거나
둘 다 휘청거리거나
휘청거리는 날을 우리는 좋아한 것 같다
내 생각뿐일 수 있다
나에게서 잎이 자라고 지고 꽃 피고 열매 맺는 한 해가
있기도 없기도 했다 나무는
웃다가도 멈춰 울고는 했다
햇빛은 마른 강줄기로 남아있고
밤은 조금씩
자신을 떼어서 물관에 숨겨두곤 했다 우리가
정말 서로에게 들어가길 원했는지 알 수 없다
서로를 오래 바라보던 날들이 있었다
-전문(p. 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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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여시 3집 『꽃이라는 이름을 벗고』에서/ 2023. 11. 11. <채문사> 펴냄
* 김유자/ 충북 충주 출생, 2008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고백하는 몸들』『너와 나만 모르는 우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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