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음압병동 1/ 이채민

검지 정숙자 2024. 1. 18. 02:21

 

    음압병동 1

 

     이채민

 

 

  새야

  너는 날면서 꿈을 꾸고

  나는 걸으면서 꿈을 꾸지

  그러나 우린

  횡단보도 아이처럼 위험해

 

  햇빛 뒤꿈치도 볼 수 없는데

  하늘 귀퉁이가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지고

  내 뼈와 너의 날개는

  지독한 제프티*에 모두 녹아내리지

 

  해 지는 쪽으로 몸이 자꾸 기울어져

 

  밤 지나고 새벽이 오면

  이름 없는 무엇이 되어

  뒤바뀐 영혼과 마주칠까 두려워

 

  그리고 누군가 내게

  새 옷을 입히고

  꼭꼭 묶어 버리면 어쩌지

 

  사람들이 꽃을 들고 찾아오면 어쩌지

 

  그에게 그 사람에게

  그그그그

  그 그그그그 그 그그 그들에게

  하지 못한 말이 수북한데

 

  어쩌지 어떻게 하지

  새야, 잠들지 마

 

  이곳은 위험해

     -전문(p.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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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여시 3집 『꽃이라는 이름을 벗고』에서/ 2023. 11. 11. <채문사> 펴냄

  * 이채민/ 충남 논산 출생, 2004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까마득한 연인들』『빛의 뿌리』 외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