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병동 1
이채민
새야
너는 날면서 꿈을 꾸고
나는 걸으면서 꿈을 꾸지
그러나 우린
횡단보도 아이처럼 위험해
햇빛 뒤꿈치도 볼 수 없는데
하늘 귀퉁이가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지고
내 뼈와 너의 날개는
지독한 제프티*에 모두 녹아내리지
해 지는 쪽으로 몸이 자꾸 기울어져
밤 지나고 새벽이 오면
이름 없는 무엇이 되어
뒤바뀐 영혼과 마주칠까 두려워
그리고 누군가 내게
새 옷을 입히고
꼭꼭 묶어 버리면 어쩌지
사람들이 꽃을 들고 찾아오면 어쩌지
그에게 그 사람에게
그그그그
그 그그그그 그 그그 그들에게
하지 못한 말이 수북한데
어쩌지 어떻게 하지
새야, 잠들지 마
이곳은 위험해
-전문(p.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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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여시 3집 『꽃이라는 이름을 벗고』에서/ 2023. 11. 11. <채문사> 펴냄
* 이채민/ 충남 논산 출생, 2004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까마득한 연인들』『빛의 뿌리』 외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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