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제18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 : 수상소감/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3. 1. 28. 03:04

   <제18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 : 수상소감>

 

    이 가을에 안겨 주신 은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정숙자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조용한 오후였습니다. 인기척도, 하다못해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휴대폰 신호음이 울렸습니다. <김삿갓문학상> 수장자로 선정되었다는 전언이었습니다. 참으로 뜻밖의, 참으로 벅찬 소식이었습니다. 언감생심! 시집이 나온 것만으로도 복된 일인데 수상이라니요! 두근거리는 심정을 누르며 검색창을 두드렸더니, 이번에는 벅참이 아니라 아찔함이 몰려들었습니다. 역대 수상자의 명단을 대하는 순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습니다. 주눅이 들기도 하고, 송구스러움에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보도자료로서 <수상소감>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 뭐라고 써야 하나, 이럴 땐 어느 요정이 기막힌 영감을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요행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소 일필휘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어떤 글이든 머리에 넣고 오래 굴리다가 쓰는 편이니 그럴 수밖에요. 마치 참새나 쥐에게 갑자기 플래시를 들이대면 그 빛이 너무도 밝아 도망치지도 못하는 꼴과 같다고나 할까요? 공연히 온 집안을 서성거리며, 어슴푸레 머리를 뒤지고 들추며 한 시간 두 시간이 세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습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또 문인이란 뭣 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에 위치하는 누구이며 어떻게 서 있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가끔 테두리를 그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매우 소박하고도 간명한 답과 함께 조촐히 늙어가는 중입니다. 오종종한 그 복안이 여태 저를 지탱해주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내가 만일 촛불이라면 방 하나를 비추는 것으로 족하다. 내가 만일 가로등이라면 길목 하나를 비추는 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그 이상은 내 천명이 아니므로 나는 자신을 비추는 것으로 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원고를 쓰다 보니 저의 이번 시집 공검 & 굴원의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한 굴원(屈原, BC 343?~?) 역시 난고蘭皐와 닮아 보이는 데가 있군요. 한 시대의 불운을 딛고 가신 결기와 신념. 그 필력과 담력들을 어디서 다시 뵙고 섬길 수 있을까요? 열 서넛에 시에 빠져 아직도 풀잎인 저에게, 이 고귀한 상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들, 그리고 영월군 군수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김삿갓문학상>의 숭고한 뜻을 정신에 새겨 남은 삶을 정히 다듬겠습니다. ▩ (p. 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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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2-겨울(88) <특집_18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에서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제32회 동국문학상, 제9회 질마재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