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다시 평온해졌다 조창환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가는 며칠 사이 여인은 잠깐 눈 한 번 떴다 감았을 뿐 의식이 없었다, 석션으로 가래를 뽑아낼 때도 반응이 없었다 고통스러운지 견딜만한지 알 수 없었다, 소변 줄로 오줌 뽑아내고, 산소호흡기로 숨 쉬게 하니 목숨 붙어있긴 하지만, 이 상태를 살았다 할 순 없었다 119 불러 구급차 타고 와 며칠 밤새운 남편과 소식 듣고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자식들이 무거운 얼굴로 주치의를 바라보았다 흰 가운 주머니에서 흰 종이쪽지를 꺼낸 의사는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에 사인한 뜻을 존중하고, 존경하고, 존엄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도 자식들도 고개 끄덕이고, 싸늘한 손 잡고 가쁜 숨 쉬는 얼굴 오래 바라보았다 흰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