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슬픔과 칼집/ 원도이

검지 정숙자 2024. 12. 3. 00:57

 

    슬픔과 칼집

 

     원도이

 

 

  당신은 대부분 숨어 있죠 안쪽에

  어디든 안쪽이어야 해요 거기는 당신이 가득해서

  바람도 볕도 부를 수 없어서

  바람도 볕도 찾지 않죠

 

  집은 처음부터 컴컴했나요

 

  당신에게 사나운 마음이 생기기 전에

  당신을 꺼내서 말려야겠어요

  바삭바삭한 큐벨쿠키처럼 오레오처럼 내 입속에서

  당신이 비명을 지를 수 있도록

  소리 지를 때마다 춤출 수 있도록

 

  댄스댄스 도마  위에서 댄스댄스 한 몸이 되어

  댄스댄스 슬픔을 잘라요

  빨갛게 당근처럼

  댄스댄스 양파처럼

 

  누가 당신을 춤추게 하나요

 

  춤을 자르죠 울음을 자르죠

  무뎌지도록 당신과 거리를 두고 싶어요

 

  댄스댄스 Bloody Mary*가 끝나면

  칼 블록에 당신을 꽂아요

  당신의 얼굴이 세트로 담겨 있는 집

 

  이제 당신과 거리를 두려고 해요

  잠자코 있어요 허밍도 안 돼요

 

  그래도 허밍이 들리면

  나는 다시 댄스댄스

  나는 당신에게 칼집을 내죠

  가느다랗게 길게

  당신을 촘촘하게 에어서 낸 몸에

 

  Bloody Mary 슬픔을 숨기죠 양념장을 발라서

    -전문- //  * Lady GaGa의 Bloody Mary 

 

  해설> 한 문장: 삶의 주체가 세상에 나와 겪게 되는 고통 때문에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어려움을 겪은 사람 앞에 슬픈 감정이 일어나지 얺으면 우리는 비인간적이라고 말한다. 술픔이란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인 것이다. 때론 나약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지만, 슬픔은 인간다운 감정일 뿐이다. 위 시에서 화자는 "당신은 대부분 숨어 있죠 안쪽에"라고 진술한다. 상처 입은 후의 슬픈 감정이 안쪽에 가득하다는 것은 좌절과 고통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화자는 세상에 대해 "당신을 꺼내서 말려야겠어요"라고 방어적 자세를 취한다. 내면의 슬픔을 해결하기 위해 "댄스댄스 도마 위에서 댄스댄스 한 몸이 되어" 춤을 춘다. 춤은 슬픔을 잘라내는 행위이다. 그리고 슬픔을 진정시키고 내면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더 나은 상황으로 '나'의 현재를 만들기 위한 화자의 노력은 적극적이다. 주체가 삶의 과정에서 만난 실패나 상처는 치유해야 한다. 가급적 빨리 상처를 털어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시적 화자의 상처를 털어내는 시도는 "춤을 자르죠 울음을 자르죠"처럼 단호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질 수밖에 없다. (p.시 24/ 론 157-158) <고광식/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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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토마토 파르티잔』에서/ 2024. 11. 29. <달을쏘다> 펴냄

 * 원도이(본명, 원인숙)/ 강원 횡성 출생, 2019년『시인동네』로 등단, 시집『비로소 내가 괄호 안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