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가슴벽 외 1편/ 정여운

검지 정숙자 2024. 1. 26. 02:04

 

    가슴벽 외 1편

 

     정여운

 

 

  새로 이사 온 옆집의 소음이 잦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벽 타고 넘어오는 악음樂音

  살 만큼 살았는데 아프면 죽으면 되지

  사내의 큰소리가 자꾸만 꽂힌다

 

  벽이 흐느낀다

  저마다 한 번씩 못을 박듯

 

  불똥 튀는 콘크리트못이면서

  서서히 꼼짝달싹 못 하게 죄는 나사못이면서

  삐딱한 채로 기어이 박혀오는 대못이면서

 

  누군가 대못을 치고 있다

  못이 누군가를 치받고 있다

 

  전생에

  어미 가슴은 벽이었나보다

     -전문(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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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살려 주 주세요

 

 

  아 아버지 그 소 손에 든 소주병

  유 유리 재 재떨이 더 던지지 마세요

 

  아, 피 피 피 사 사람 살려 주 주세요

  바 밖에 누 누구 없어요?

 

  아 아주머니 옆집에 후 훈이 인데요

  저 벼 병원에 좀 데려다 주 주세요

  머 머리에서 피 피가 자꾸 흐 흘러요

 

  태 택시 아저씨 저기 고 고잔역 앞에

  고 고대 병원에 좀 데 데려다 주세요

  아 아주머니 우리 아버지 하 한테는

  벼 병원 아 알려주지 마 마세요

 

  서 선생님 아 아버지가 저를 주 죽이려고 해요

  수 술만 먹으면 칼도 던지고

  네 그 그렇게 청소년 쉬 쉼터에 가서 살게요 

 

  어 엄마, 바 밤마다 시커먼 옷 이 입은 아버지가

  나 나를 자 잡으러 책상 밑으로 오 오는 꿈을 꾸어요

  아 아버지 그 소 손에 든

      -전문(p. 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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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시집 『문에도 멍이 든다』에서/ 초판 1쇄 2021. 10. 1./ 초판 2쇄 2023. 1. 17. <현대시학사> 펴냄

  정여운경북 대구 출생, 2013년『한국수필』로 수필 부문 & 2020년『서정시학』으로 시 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