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늘이 아리다/ 김정현

검지 정숙자 2024. 1. 27. 00:26

 

    하늘이 아리다

 

     김정현

 

 

  금 간 삶을 꿰매려 등골 하나둘 세다가

  이내 힘없이 풀어졌다

 

  고향인 양 뿌리 깊게 내리기를

  신께 빌고 빌었건만

 

  기름진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한 나는

  언제나 도시를 겉돌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 행진 중인 서울의 아파트

 

  지층이 흔들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하늘에 금이 갔다

 

  사대문 밖으로는 나가 살지 말아라

  아들에게 보내는 여유당 정약용의 편지

 

  어쩌면 좋을까 사대문 밖에서도

  올려다보기 어려운 저 집채를

     -전문(p.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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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문학』 2023-봄(35)호 <동인 순례>에서

 * 김정현/ 2014 계간『지구문학』으로 등단, 시집『내가 사랑한 사기꾼』외 4권, 동시집『눈 크게 뜨고 내 말 들어볼래』, 그림동화『키가 쑥쑥 마음도 쑥쑥』, 산문집『수수한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