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아리다
김정현
금 간 삶을 꿰매려 등골 하나둘 세다가
이내 힘없이 풀어졌다
고향인 양 뿌리 깊게 내리기를
신께 빌고 빌었건만
기름진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한 나는
언제나 도시를 겉돌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 행진 중인 서울의 아파트
지층이 흔들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하늘에 금이 갔다
사대문 밖으로는 나가 살지 말아라
아들에게 보내는 여유당 정약용의 편지
어쩌면 좋을까 사대문 밖에서도
올려다보기 어려운 저 집채를
-전문(p.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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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문학』 2023-봄(35)호 <동인 순례>에서
* 김정현/ 2014년 계간『지구문학』으로 등단, 시집『내가 사랑한 사기꾼』외 4권, 동시집『눈 크게 뜨고 내 말 들어볼래』, 그림동화『키가 쑥쑥 마음도 쑥쑥』, 산문집『수수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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