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침묵밖에 줄 수 없지만/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9. 14. 01:15

 

 

 

    침묵밖에 줄 수 없지만

 

     정숙자

 

 

  그대여

  침묵밖에 줄 수 없지만

  그 무언은 가장 찬란해

 

  죽는 날까지 녹슬지 않을

  영혼의 열쇠 <사랑>이기에

 

  말없는 가운데 놓아보내는

  행복의 자물쇠 <사랑>이기에

 

  벙글지 못한 마음의 말들

  새벽 우물에 별로 뜨거든

 

  그대여

  두레박 물소리마다

  조금만 조금만 채색해다오

 

  천둥치는 마음으로도

  침묵밖에 줄 수 없지만

 

  그 무언은 가장 찬란해

  끝까지 끝 없을 <사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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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