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정숙자 어 항 정숙자 붕어는 조용하다 잡혀와서도 울지를 않는다 물 속에 있으니 우나마나여서 그런지 못 우는지는 모르지만 ! 달관했다는 것인지 나 같은 사람은 보려고도 않는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7.18
도시 오솔길/ 정숙자 도시 오솔길 정숙자 너희들 왜 이렇게 많이 눈에 뜨이는지 모르겠구나. 지렁이야, 비오는 날이 너희들에겐 명절인 줄 알았더니 보도블럭의 오솔 길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너희들 시신을 보게 되었다. 뭐 꼭이 살아 있어야만 좋다는 건 아니야. 죽음은 오히려 축하할 일일 수도 있지마는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7.14
커피타임/ 정숙자 커피타임 정숙자 블랙 로오즈의 더운 잔 속으로 툼벙! 빠지는 명상.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7.11
기본/ 정숙자 기 본 정숙자 울고 싶은 시간엔 생각하지 지금 태어나는 갓난아기도 백 년 후엔 없으리란 걸 울고 싶을 때 모두 울고 웃고 싶을 때 다 웃느니보다 보태고, 혹은 덜어내면서 담담한 표정에 머무르자고 짧다는 말도 너무나 긴 우리 모두 찰나의 생명인데 울고 싶은 시간엔 생각하지 강보에..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7.07
학교/ 정숙자 학 교 정숙자 학교는 어릴 적에 가갸거겨 배우던 곳 하햐허혀 알 때까지 목청 높여 배우던 곳.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7.06
철쭉 핀 날/ 정숙자 철쭉 핀 날 정숙자 철쭉 핀 날 내 그림자 오히려 길어 이 세상 맞잡고 건너 뛸 사랑 하나 그리웠네.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7.05
홍조/ 정숙자 홍 조 정숙자 그대는 멀리서도 알 수 있는가 내 마음에서 꽃 피는 소리 밤새 뒤척이는 별들의 빛이 다 못 꿰는 꿈인 줄도 알 수 있는가 강물처럼 희게 엎드려 멈추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 차오르는 그리움 마구 쏟아져 골짝골짝 진달래 붉게 물들고 안에 가둔 목소리 바람에 스며 골짝골짝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7.02
이 화려한 침묵/ 정숙자 이 화려한 침묵 정숙자 함께 있을 때에도 그리운 그대여 저는 오늘도 고백을 아껴 사랑을 혼자서 간직합니다 이 화려한 침묵은 영혼을 채우는 기쁨이기에 서투른 고백으로 상처내지 아니합니다 함께 걷거나 차 마시거나 가까운 듯, 먼 듯한 여기쯤에서 사랑은 가장 빛이 납니다 지금도 ..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6.29
창가에서/ 정숙자 창가에서 정숙자 표하기 힘든 행복감이 제 마음에 느껴집니다 쓸쓸하던 실내 비에 젖은 유리창 무겁게만 들리던 시계 소리가 갑자기 아름답게 조화됩니다 당신께서는 우표 한 장이 나를 수 있는 일상의 편지를 주셨지만 저로서는 비할 바 없는 환희를 선사 받은 것입니다 만년필, 잉크보..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6.29
털북숭이/ 정숙자 털북숭이 정숙자 하늘은 아셨지 슬픔 많을 줄 그래서 그 표정 안 보시려고 털북숭이 만드신 거야 부리망 쓰고 섰는 논두둑 소도 장날 끌고 나온 염소 가족도 털북숭이 아니었다면 누구라도 바로 볼 수 없었을 거야 그들 눈만 보아도 이리 슬픈데 털북숭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은 눈물로 덮..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2012.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