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 매미 · 손편지/ 정숙자 우체국 · 매미 · 손편지 정숙자 보도블록 위에 매미 한 마리가 누워 있다. 엄지와 검지로 그를 줍는다. 발가락 두어 개가 간헐적으로 꼬물댄다. 땅에 떨어진 매미는 으레 죽어있기 마련이지만 얘는 아직 이승의 몸이다. 막 임종을 시작했는가보다. 누군가의 발에 밟히지 않은 게 다행이..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23
사유한다는 것/ 정숙자 사유한다는 것 정숙자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들 머릿속에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생각이 난데없이 움트고 자라며 종횡무진 시간을 장악할 때가 있다. 느닷없는 센티멘탈리즘․니힐리즘․멜랑꼴 리가 범람하는가 하면 까닭도 없는 환희 ․ 황홀 ․ 행복 ․ 충..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22
영산홍과 고양이/ 정숙자 영산홍과 고양이 정숙자 남편이 먹은 푸조기 3/4 35년을 함께 살고도 배우자와 나는 왜 이렇게 뜻이 안 맞는 걸까. 혹여 의도적으로 엇박자를 매기는 건 아닐까. 내 언젯적부터의 생활관인데 번번이! 극구! 흔들며 말리려 들까. 타인에게 폐 되지 않는 행위를 왜 그리 ‘못볼세’ 할까. 오늘..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21
어느 신사와의 악수/ 정숙자 어느 신사와의 악수 정숙자 끝도 시작도 없는 곳에서부터 존재해온 시간이여. 이제 그대는 또 한번 우주 만물에게 한 살씩의 나이를 보태주려 하는구나. 그대가 만일 너그럽고 미세하며 부드럽지 아니했다면 우리는 우리에게서 받은 상처의 아픔을 재우지 못했을 것이며, 그대가 만일 더..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21
아카식레코드(Akashic Records:우주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싶은 추억-3 / 정숙자 아카식레코드(Akashic Records:우주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싶은 추억-3 정숙자 책 읽기보다 쉽고 유익하고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머리맡에 쌓인 책들 차분히 읽어볼 시간이 주어진다면 작히나 다복할까. 언제부턴가 분주해진 나의 일상은 쉽고 ‘즐겁고’ 유익한 생활로부터 자꾸만 멀..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19
아카식레코드(Akashic Records:우주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싶은 추억-2 / 정숙자 아카식레코드(Akashic Records:우주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싶은 추억-2 정숙자 오늘은, 아! 집과 마음이 비었다. 어쩌다 집이 텅 비는 경우 과체중을 벗고 4차원 세계로 날아오르는 기분이다. 전후좌우상하는 물론 시간까지 자유자재로 늘이고 압축하며 내 손으로 클라인씨병(甁)도 만들 수 있..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17
아카식레코드(Akashic Records:우주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싶은 추억-1 / 정숙자 아카식레코드(Akashic Records:우주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싶은 추억-1 정숙자 <주소를 묻지도 않고 어찌 예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전 지금 그와 함께 있습니다. 오랫동안 꿈꾸었지만 정작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학수고대했던 그가 온 것입니다. 멀리서, 분명 아주아주 먼 데서 왔을 ..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15
monitoring partner/ 정숙자 monitoring partner 정숙자 빠른 게 어찌 시간뿐이리오. 어제 만개했던 벚꽃이 오늘 길에 깔린다. 몸 있는 것들의 모든 생몰이 그와 같지 않겠는가. 종 속 과 목 강 문 계-하루살이에서 십장생에 이르기까지 어떤 육신을 막론하고 그들의 전 생애는 ‘찰나’ 라는 음절로 축약된다. 그리고 그 무..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12
리토르넬로/ 정숙자 리토르넬로 정숙자 사람 나이 열 살이란 사물에 대해 얼마만큼의 이해와 판단력을 지닌 생장점일까. 열 살의 봄빛은 얼마만큼의 푸른 깃털과 열매들을 숨긴 밑둥치일까. 열 살의 인내와 열 살의 아픔은 얼마만큼 오랫동안 기억되며 언제까지 근간을 돕는 엽록소일까. 열 살짜리에게 삶이..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10
우리 곁을 스쳐간 무현보살/ 정숙자 우리 곁을 스쳐간 무현보살 정숙자 비보).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우리 동네는 정전이었다. 아니 온 나라가 어두웠다. 휴대폰을 통해 들려온 동료 시인의 화급한 목소리,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답니다.” “예?" " 바위에서 투신했대요.” (…!…!) 순간적으로 만인 앞에 평등의 표상인 .. 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015.04.09